[손에 잡히는 책] 석등에서 LED까지… 조명史의 빛과 그늘

입력 2013-10-17 17:34


인간이 만든 빛의 세계사/제인 브록스(을유문화사·1만5000원)

18세기 후반까지 런던, 파리, 뉴욕 등 잘 나가던 도시의 거리에는 제대로 된 가로등이 없었다. 주민들이 창턱에 올려놓은 램프로 가로등을 대신했다. 램프에 쓰이는 수지 양초를 만드느라 여성들은 고생했다. 18세기 양도 많고 값도 싼 고래 기름을 쓰기 시작하면서 포경선들은 앞다퉈 바다로 나갔다.

18세기 사람들이 누리던 빛은 로마 시대 사람들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빛’은 사치품이었다. 돈이 있는 사람들만 빛을 누리고 저녁 시간의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호사스러운’ 빛의 세상이 열린 것은 불과 200년 전의 일이다.

이 책은 선사시대 석등부터 원유 램프와 수지 양초, 가스등, 전깃불을 거쳐 현대 LED 조명에 이르기까지 빛의 역사를 서술한다.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가스등과 등유의 등장, 토머스 에디슨의 백열등, ‘교류 전기’를 통해 전깃불의 시대를 활짝 열었던 니콜라 테슬라의 발전기에 이르기까지 빛의 발전이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1965년 뉴욕의 대정전 사태,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에너지 정책 법안에 이르기까지 빛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게 서술한 ‘빛의 통사’다. 박지훈 옮김.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