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인간과 동물들이 함께 연주하는 숲속 협주곡

입력 2013-10-17 17:37 수정 2013-10-17 10:51


첼리스트 코오슈/미야자와 겐지/루덴스

비너스 오케스트라의 첼로 연주자 코오슈는 악장에게 늘 핀잔을 듣는다. 박자가 틀리거나 현이 안 맞아서다. 한적한 강가 낡은 방앗간에서 혼자 살고 있는 코오슈는 첼로가 낡은 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밤새 연습을 한다.

열심히 첼로를 켜는 코오슈에게 숲 속 손님들이 매일매일 찾아온다. 얼룩 고양이는 슈만의 ‘트로이 메라이’를 연주해달라고 했지만 코오슈는 ‘인도의 호랑이 사냥’을 연주해 골탕을 먹인다. 도레미파를 알려달라는 뻐꾸기를 위해 연주하다 짜증이 난 코오슈는 쫓아버린다. 새끼 너구리는 ‘유쾌한 마차’를 합주하자고 제안한다. 작은 북을 담당한다는 새끼 너구리는 첼로 두 번째 현이 느리다고 지적해 코오슈를 뜨끔하게 만든다. 엄마 들쥐는 아픈 새끼 들쥐를 고쳐달라고 떼를 쓴다. 어이없어 하는 코오슈에게 엄마 들쥐는 토끼 할머니, 너구리 아버지, 심술쟁이 올빼미가 코오슈의 연주를 듣고 나았다며 막무가내다. 그런데 코오슈의 연주를 들은 새끼 들쥐도 감쪽같이 병이 낫는 게 아닌가.

밤마다 동물 손님들과 함께 연습한 코오슈는 공연 날 교향곡 연주를 멋지게 해내고, 앙코르까지 받는다. 악장은 코오슈에게 갓난아기에서 씩씩한 병정으로 자랐다고 칭찬해준다.

저자는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 작가로 우리와도 친숙하다. 그는 인간은 대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갈 때 비로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가치관에 바탕을 둬 인간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내용의 동화를 여러 편 썼다. 책에는 ‘첼리스트 코오슈’ 외에 호들갑스런 도토리들의 키 재기 싸움을 한 방에 해결하는 얘기 ‘도토리와 살쾡이’, 다 익어서 엄마나무에서 떨어져 나오는 열매들의 아기자기한 출정식 ‘은행열매’, 좀 모자라 놀림을 받으면서도 삼나무를 정성껏 심고 가꿔서 숲을 만든 켄주의 도전을 그린 ‘켄주의 공원 숲’ 등이 실려 있다. 아동문학의 대표 문인으로 꼽히는 신지식 작가가 직접 고르고 번역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