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온상’ 중국 금융계… 20년간 낙마 관료 중에 금융권 간부가 24% 차지
입력 2013-10-16 18:41
중국에서 외국으로 도망간 부패 인사들 중 금융계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계의 부패 정도가 다른 분야보다 더 심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중국 금융잡지 재경(財經)은 최근호에서 지난 20년 동안 낙마한 ‘뤄관(裸官)’ 59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금융계 간부가 전체의 24%로 제일 많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기관이 정부 통제 아래에 있으면서 독점적인 위치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뤄관은 검은돈을 챙긴 뒤 재산은 물론 아내와 자녀들까지 외국으로 내보내고 자신만 중국에 홀로 남아 근무하고 있는 관리나 국유기업 등의 간부를 말한다. 재경은 “뤄관의 경우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편리하게 외국으로 떠날 수 있다”며 “이는 뤄관에게 잠재돼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뒤 외국으로 가족을 내보낸 관리들에 대해 이들을 귀국시키도록 하는 지시가 내려졌다. 실제로 시 주석의 딸 시밍쩌(習明澤)도 하버드대 유학을 중단하고 귀국하기도 했다.
금융계 외에는 전기통신, 담배, 석유, 증권, 교통, 여행업계 등의 국유기업 간부가 비리에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이들 분야 역시 정부의 절대적 영향력 내에 있다. 관리들 중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 소속 외에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기관 간부가 포함됐다.
재경은 이들 59명이 챙긴 금액은 수십억 위안(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2011년에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이래 외국으로 도망간 뤄관은 1만8000명에 달하며 이들이 갖고 달아난 돈은 8000억 위안(약 144조원)에 이른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