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 선물로 주고 떠난 ‘어린 천사’

입력 2013-10-16 18:46 수정 2013-10-16 23:16


지난 10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국인 임모씨가 몰던 승용차가 도로에서 트럭과 충돌했다. 이 지역 한인교회 전도사의 아내인 임씨는 출산을 한 달 앞둔 상태였다. 임씨와 뱃속 아기는 다치지 않았다. 문제는 동승한 두 딸이었다.

첫째 기쁨(5)양은 얼굴뼈에 금이 갔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함께 뒷자리에 탔던 동생 온유(3·사진)양은 목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됐다. 뇌도 심하게 다쳐 인공호흡기를 달고 간신히 숨만 쉬었다. 병원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1% 미만이라고 진단했다. 살아나도 식물인간이 될 거라고 덧붙였다.

소식은 다음날 인터넷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타고 한인사회에 퍼졌다. 전도사인 아버지 이모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하나님이) 저에게 맡겨주신 귀한 생명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기도를 요청했다. 한인들은 격려하고 응원했다.

다음날도 온유는 만신창이로 병상에 누워 있었다. 미동도 없고 눈도 뜨지 못했다. 체온과 심장박동만이 살아 있는 몸이라는 걸 증명했다. 딸이 뇌사에 빠진 지 나흘 만인 14일 이씨 부부는 의사 권고를 받아들였다. 온유의 목숨을 붙들고 있던 생명유지 장치를 뗐다. 기적에 매달려 어린 딸이 언제까지 사경을 헤매도록 방치하는 것은 몹쓸 짓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씨 부부는 숨진 딸의 장기를 기증했다. 죽음의 언저리에서 사투하는 다른 아이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 이씨는 “사랑하는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으로 저희 가족은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을 받았다”며 “우리 온유는 이제 제가 정말 사랑하는 제 인생 최고의 가치이신 주님 품에 안겼다”고 말했다. 장례는 17일 치러진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