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5만원권 지하로”… 화폐 환수율 급락

입력 2013-10-16 18:26


현금이 꼭꼭 숨었다. 현금, 특히 5만원권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의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80%대를 유지하던 화폐 환수율이 올 들어 9월까지 68.1%로 급락했다.

화폐 환수율은 특정 기간 한은이 시중에 푼 화폐에서 다시 거둬들인 화폐의 비율이다. 환수율이 낮을수록 한은으로 되돌아온 화폐가 적다는 뜻이다.

특히 올 1∼3분기 5만원권 평균 환수율은 48.0%로 지난해 평균(61.7%)을 크게 밑돌고 있다. 발행 후 환수되지 않는 화폐가 늘면서 올 들어 9월까지 한은의 화폐 순발행액은 8조8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연간 순발행액 5조7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5만원권의 수요 증가와 저조한 환수율을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과 연관짓는 목소리가 높다.

올 들어 지하경제 양성화가 본격 추진되면서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고액 자산가들의 현금보유 성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시중에 공급되는 현금은 많아지고 있지만 개인이나 회사의 금고 등 개인보관처에 현금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거나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현금거래를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지표가 저조한데도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등 지하경제 활성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정책으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모순에 빠져 있다”며 “정부는 화폐 유통 원활화를 통한 근본적인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