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 삼성 경영진에 ‘건전한 위기의식’ 조언
입력 2013-10-16 18:16 수정 2013-10-16 22:37
경기침체 장기화로 한국기업의 경영실적이 최근 2년 반 연속 하락하는 등 기업 체력이 급속히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정기영 소장은 삼성그룹 최고 경영진에게 “건전한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6일 발행한 ‘위기 후 5년, 한국 기업경영의 현주소’ 보고서에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 기업의 경영실적이 최근 하락 추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비금융 기업 1365개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10년 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17.2%)과 당기 순이익률(6.8%)이 위기 전인 2007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후 매출액 증가율은 2011년 9.6%, 2012년 4.3%, 올 상반기 0.0%로 급감했다. 2011년 4.3%였던 당기 순이익률도 2012년 4.2%, 올 상반기 3.9%로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저력과 대비된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한국 기업(96년부터 분석 가능한 계속상장기업 734곳)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3%였지만 5년 뒤인 2002년에는 7.2%로 상승했다. 반면 2007년 경제위기 당시 7.1%였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2%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이번 경제위기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처럼 저강도 충격이 지속적으로 가해져서 외환위기와 달리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한국 기업의 명확한 좌표를 설정해 향후 나아가야 할 좌표를 설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질적 구조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고성과기업(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이 각각 10% 이상 기업) 비중은 2010년 16%에서 2012년 9%로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저성과기업(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이 각각 5% 미만 기업) 비중은 25%에서 42%로 크게 증가했다. 금융시장의 작은 충격에도 도산 위험성이 있는 ‘채무상환능력 취약 기업’도 늘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지급하기 어려운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이 2010년 22%에서 2012년 32%로 증가했다.
정 소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국 경제가 내년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많은 위험요인이 잠복해 있어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 부문의 회복력은 여전히 취약하고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금융 불안이 고조돼 있다”면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 리스크’ ‘성장모멘텀 약화’ ‘주택경기 부진’ ‘기업자금 사정 악화’를 5대 경제 현안으로 꼽았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