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빚에 갇혔던 삶, 행복기금 덕분에 빛 되찾아”

입력 2013-10-16 18:13


“저는 10년을 감옥에 있었던 전과자입니다. 돈이 좋았고 돈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출소해서는 마땅한 직장을 얻지 못해 폐지와 고물을 줍고 살았습니다. 이렇게 별 볼일 없는 저에게 국민행복기금은 마지막 기회를 주셨습니다.”

장모(40)씨는 지난해 출소해 자유의 몸이 됐지만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딱지는 그대로였다. 젊은 시절 아무런 생각 없이 키웠던 카드 빚이 새 출발을 하려는 장씨의 발목을 잡았다. 사회의 냉랭한 시선 속에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장씨는 손수레를 밀며 폐지와 고물을 주웠다.

매월 40만원이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까지 알뜰히 모았지만 훌쩍 불어난 빚의 이자마저 감당하기 어려웠다. 생활에 지쳐 사랑하는 사람마저 떠나갈 때에는 그야말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혈압과 간질환이 찾아와 손수레를 밀 힘도 점점 사라져 갔다.

장씨의 삶을 바꿔준 것은 국민행복기금이었다. 지난 5월 채무조정을 받았고, 현재 120만원의 빚만 남은 상태다. 장씨는 “도덕적 해이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성실하게 살 것을 약속한다”며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도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국민행복기금이 끝까지 도와 달라”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최근 실시한 국민행복기금 체험수기 공모전에 장씨를 비롯해 총 712명이 수기를 보냈다고 밝혔다. 기구한 사연마다 빚을 탕감해 준 고마움, 앞으로 성실히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었다.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의식해 “열심히 빚을 상환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은 글도 많았다.

이중 적지 않은 숫자는 장씨처럼 재소자 신분이었던 이들이 보낸 사연이었다. 캠코는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16일 서울 성동구치소를 시작으로 25일까지 전국 교정기관 수용자들을 위한 국민행복기금 이동 신청·상담 창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날 성동구치소에 임시 설치된 국민행복기금 접수창구에서는 270여명의 수용자가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잔여 형기가 2년 넘게 남아 있는 수용자는 60%의 특별감면을 받을 수 있고 그 외 수용자는 50% 내의 일반감면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29일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한 뒤 지난 10일까지 19만2000여명의 채무조정 신청을 접수, 16만여명에게 채무조정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달 말까지 지원이 확정된 인원은 18만명이고, 연말까지 21만명이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