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아직도 미지근… 소비·투자 확고한 회복 없어

입력 2013-10-16 18:09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투자 열기는 뜨겁지만 실물경기는 여전히 미지근하다. 경기회복 조짐은 있지만 확실히 바닥을 쳤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다. 실물경제의 탄탄한 뒷받침 없는 증시 활황은 모래성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6일 “우리 증시가 동남아시아 신흥국 위기의 반사이익을 보는 것 같다”며 “경상수지 흑자 행진 등 밖에서 보는 우리 경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강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분기에 9분기 만에 0% 대 성장에서 벗어난 만큼 3분기에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확신이 생겨야 하는데 3분기 성장률은 그런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소비와 투자 등 민간부문 경제가 확고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올 들어 설비투자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전분기 대비)은 1분기(-4.5%)에 이어 2분기(-1.0%)에도 반등하지 못했다. 기업이 투자를 안 하면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2분기까지 재정 확대 등 정부가 경기회복세를 이끌었지만 세수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정부도 ‘실탄’이 없는 상황이다. 복지지출 증가 등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정부의 경기 부양 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는 기업들은 현 정부의 세 차례 투자활성화 방안에도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대내외적 돌발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동양사태’로 일부 기업이 유동성에 애로를 겪으며 회사채 발행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예정돼 있고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언제 우리 시장에서 등을 돌릴지 모르는 만큼 외국인에게 의지한 증시가 아니라 우리 기업의 탄탄한 실적과 투자를 바탕으로 해야 중장기적으로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