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등 국내 매수주체들은 여전히 냉랭
입력 2013-10-16 18:09
“외국인 투자자들은 왜 한국 증시에 계속 투자할까요? 설령 선진국 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한국은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들과 차별화된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한국에서는 위험 발생 가능성이 제한적입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신한금융투자 정자동지점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이 증권사의 윤창용 연구위원은 ‘한국 증시, 외국인 집중 매수의 배경과 향후 전망’이라는 주제로 한국 증시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강의했다.
한국의 경상수지가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이 외국인 매수의 배경이며, 이를 투자 판단에서 참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점에 모여든 40∼50대 자산가 25명이 눈을 반짝이며 윤 연구위원의 말을 경청했다.
과연 이들은 돌아가 주식을 매수했을까? 외국인의 러브콜과 함께 상승장이 펼쳐진다는 전망이 크지만 국내 매수주체들은 여전히 냉정한 모습이다. 외국인이 순매수 ‘타이기록’을 세우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처분하기에만 바빴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금융투자업계는 “외국인이 수익을 올리고 개미들은 잃는 이유가 있다”고 토로한다. 살 때에는 안 사고, 정작 팔아야 할 때에는 뒤늦게 사는 모습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KDB대우증권은 이 부분을 역사적으로 분석해냈다. 이 증권사에 따르면 외국인은 1992년 이후 국내 증시에서 모두 52조3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해 총 785.6%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이처럼 좋은 성적을 낸 데는 코스피가 낮았던 2004년 이전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라며 “외국인은 1000포인트를 밑돌던 코스피 바닥권에서 많이 샀고 고점에서는 덜 사는 흐름을 보였다”고 말했다. 탁월한 종목 선정과 공격적인 매수도 투자 수익을 높이는 힘이다. 1995년과 2002년에는 코스피지수가 연초보다 하락했지만, 외국인만큼은 수익을 거뒀다.
반면 국내 투자주체들은 외국인과 정반대의 매매 행보를 보이며 상승장에 동참하지 못했다. 주가가 올라가는 흐름이 굳어지면 낙관론에 사들였다가 번번이 ‘상투’를 잡고 손해를 보기 일쑤였다. 그런 뒤 비관론에 휩싸여 주식을 내던지면 외국인이 싼값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김 팀장은 “한국 가계 자금은 모멘텀을 좇아다니기만 하고, 주가가 상당히 오른 뒤에야 순매수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