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생 성희롱 운전면허시험관 법원 “긴장 해소용” 판결 논란
입력 2013-10-16 18:07
여성 응시자를 성희롱한 운전면허시험관에 대한 파면 조치는 지나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특히 재판부는 성희롱 발언 등 시험과 무관한 발언이 응시자의 긴장 해소용이었다고 판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판사 이건배)는 A씨가 도로교통공단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서울의 한 면허시험장에서 일하던 지난해 9월 주행시험을 보는 B씨 차량에 시험관으로 탑승했다. A씨는 주차하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B씨의 허벅지를 만졌고, 수차례 성희롱 발언을 했다. 함께 탑승한 다른 여성에게도 “합격하면 너희들이 소주 한잔 사라. 내가 2차를 사겠다”고 말한 뒤 ‘2차 가면 성관계를 가지겠느냐’는 취지의 말도 했다. B씨는 이후 다른 감독관에게 A씨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A씨는 같은 해 10월에도 여성 응시자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며 명함을 달라고 했고, 시험 중 무릎에 손이 닿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 측은 A씨가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여성 고객을 성추행하고 성희롱을 하는 등 규정을 위반했다며 같은 해 11월 파면했다. A씨는 ‘파면처분은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가 시험감독자로서 응시자들의 긴장을 풀어줄 의도로 시험과 무관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위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에 대한 칭찬 글도 홈페이지에 올라왔고,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저지른 중앙부처 공무원이 대부분 감봉이나 견책, 정직 등의 징계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파면은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안전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에 성희롱으로 적발돼 징계를 받은 공무원 67명 중 파면 처분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법원 관계자는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은 아니다”며 “발언 자체는 잘못된 것이지만 A씨가 시험과 무관한 이야기를 시작한 의도가 응시자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