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캐피탈은 조 회장 아들 3형제의 사금고

입력 2013-10-16 18:07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아들 3형제가 그룹 지주회사인 ㈜효성 지분 매입이나 계열사 투자 등의 사유로 자금이 필요할 때 효성캐피탈의 대출을 늘려온 것으로 16일 나타났다. 검찰도 효성그룹의 조세포탈과 배임 수사의 핵심 고리로 효성캐피탈을 지목하고 총수일가의 대출과정 적정성 여부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가 지난 11일 압수수색을 실시한 효성 계열사 중에는 효성캐피탈이 포함돼 있었다. 효성캐피탈은 국세청 고발에서 제외됐던 곳이다. 검찰이 효성캐피탈을 중심으로 한 총수일가의 자금 이동 문제를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의 아들인 현준(45) 현문(44) 현상(42) 형제는 1999년 효성캐피탈에서 100억원 이상씩 모두 321억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삼형제의 나이는 28∼31세였다. 장남 현준씨는 효성에 입사한 지 3년이 채 안됐고 차남과 삼남은 2000년에야 효성에 입사했다. 97년 설립된 효성캐피탈 자본금은 50억원에 불과했다.

이들 삼형제는 이듬해에도 수십억원씩을 추가로 빌려 대출 잔액이 370억원까지 늘었다. 2년간 삼형제가 낸 이자만 5억2000여만원이나 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한 자리 숫자였던 삼형제의 효성 지분율은 12%대까지 뛰어올랐다.

삼형제의 지분율이 급등했던 2004년에도 비슷한 대출이 이뤄졌다. 2003년 136억원이던 대출 잔액은 이듬해 30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현준(5.43→7.29%)·현문(4.02→6.88%)·현상(4.18→7%)씨의 지분율은 13.63%에서 21.17%로 늘었다. 삼형제는 대부분 주식담보 대출로 2008년까지는 연 7%, 이후에 연 9%의 이자율로 대출을 받았다.

삼형제의 지분율이 확고해지면서 효성의 배당 성향도 증가했다. 효성의 배당 성향은 2010년 24.4%, 2011년 55%에서 지난해에는 149.5%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당기순이익 90억원에 불과했지만 배당액은 134억900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도 효성캐피탈의 총수일가 대출과정을 여러 차례 조사했다고 한다.

현준씨는 2008년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효성ITX를 통해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등 IT 업체 7곳을 인수했다. 이때도 현준씨의 대출 잔액은 30억원이 늘었다. 효성캐피탈은 2009년 삼형제가 대주주로 있는 부동산업체 ‘신동진’에 7.95% 이율로 200억원을 대출해줬다. 신동진은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위장계열사로 적발했던 곳이다.

효성 측 관계자는 “대출은 모두 적절한 심사를 통해 이뤄졌고 이자도 꼬박꼬박 받았다”며 “대출금의 사용처는 개인적인 일이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