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국감 평가] ‘한방’ 없어 김빠지고, 쟁점 되풀이 ‘재탕삼탕’

입력 2013-10-17 05:28

여야가 한목소리로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외치고 있으나 올해 국정감사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국감이 중반을 향하고 있지만 폭발력 있는 이슈가 발굴되지 못해 ‘김빠진 국감’ ‘재탕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논란, 기초연금 논란, 역사교과서 편향 논쟁, 4대강 사업 논란 등 과거 쟁점들이 낡은 녹음테이프처럼 반복될 뿐이다.

기업인 무더기 증인 채택과 증인·참고인에 대한 호통 등 구태도 여전하다. 시간은 제한된 상황에서 피감기관은 사상 최초로 600개를 넘어 ‘수박겉핥기 국감’ ‘주마간산 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 17개 부처 중 16개 부처에 대한 국감이 16일까지 이뤄졌다. 법무부(17일)와 국가정보원(다음 달 4일) 등이 아직 국감을 받지 않았다.

올해 국감에서는 이명박정부 말기 비밀 외교문서 수만건 무더기 파기(국민일보 10월 14일자 1·3면 참조),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댓글 의혹 등이 그나마 의미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국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만한 메가톤급 팩트는 나오지 않았다. 의혹 제기만 있을 뿐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의원들도 드물었다.

여기에다 정쟁 국감은 계속됐다. 경찰청 국감에서는 경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축소·은폐 의혹에 대한 공방이 재연됐다. 교육부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역사교과서 편향 논란에 대해 보수·진보 이념 대리전을 펼쳤다. 감사원 국감에서는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놓고 지긋지긋한 설전을 이어갔다.

무더기 증인 채택 문제도 여전했다. 특히 재계는 여야가 200명에 가까운 경제계 인사들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데 대해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힘들게 국감장에 나온 증인들에게 의원들은 “시간이 없으니 핵심만 답하라”고 윽박지르는 구태도 없어지지 않았다.

국감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남 탓’도 반복됐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민생국감, 정책국감, 체감국감을 하려는 새누리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상임위에서 야당의 딴죽걸기 식 구태국감 행태가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겉으로는 민생국감을 한다면서 실제로는 정쟁국감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 정부가 국감에 임하는 태도가 참 실망스럽다”면서 “한마디로 국감을 하자는 것인지, 방해하자는 것인지 정쟁 유발 행위가 너무 심하다”고 반박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