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3·4호기 준공 연기] 불량 케이블 890㎞ 전면교체 1년내 마무리 어렵다

입력 2013-10-16 17:57 수정 2013-10-17 00:27


현재 짓고 있는 신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에 설치된 케이블이 불량으로 드러남에 따라 내년 8∼9월로 예정됐던 두 원전의 준공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내년 여름에도 국민들이 올 여름과 같은 극심한 전력난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왜 교체하나=케이블 교체는 지난 5월 불거진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JS전선이 납품한 케이블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드러나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문제의 케이블이 쓰인 원전의 가동을 정지시키고 교체를 지시했다. 이때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이 정지됐다. 운영허가 단계에 있던 신월성 2호기는 케이블을 허가 전까지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해당 원전 4기는 아직까지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역시 JS전선의 제품이 쓰인 신고리 3·4호기에 대해서는 지난 6월 28일 재시험 명령이 내려졌다. 그 결과가 16일 나온 것이다. 시험총괄기관인 한국기계연구원이 방재시험연구원 등에 의뢰해 화염시험 등을 실시한 결과 600V 전력·제어·계장 케이블과 5㎸·15㎸ 전력 케이블 모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원안위는 “815도 화염에 전소하지 않아야 하는 합격 기준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신고리 3호기에는 450㎞, 신고리 4호기에는 약 440㎞ 케이블이 설치돼 있다. 구매에 들어간 비용은 1기당 180억원으로 모두 360억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불량 케이블을 납품한 JS전선에 구상권을 청구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가동 시점 묵묵부답=한수원은 케이블의 전면 교체를 결정했으나 교체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전용갑 부사장은 “케이블 공급이 가능한 업체를 찾고 구매, 설치를 한 뒤 개통 성능시험을 거쳐 원안위 등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복잡한 후속 작업으로 현 시점에서 정확한 준공 날짜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체 일정에 관해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는 태도는 위조부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케이블 교체까지 아무리 빨라도 1년은 걸릴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내년 준공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얘기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앞서 “재시험에 불합격할 경우 케이블 기기검증에 1년 이상이 필요하므로 신고리 3호기의 가동은 현실적으로 2015년에야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선 2016년에도 가동이 힘들 수 있다고 예측한다. 한수원은 신고리 1·2호기 등의 경우 케이블 교체 후 재가동까지 약 4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을 지난 5월 내놨으나 지금은 11월 말로 목표를 바꾼 상황이다.

◇또 전력난 우려=내년 8월과 9월 준공 예정인 신고리 3·4호기의 설비용량은 각각 140만㎾다. 예비전력이 300만∼400만㎾대였던 지난 8월 최악의 전력난 시기를 생각하면 280만㎾는 결코 작지 않은 용량이다. 정부는 신고리 3호기의 8월 준공을 믿고 지난 여름 ‘올해만 무사히 넘기면 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해당 원전의 준공 지연이 불가피해지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은 “(전력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