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금열쇠, 상품권, 국내여행… 한수원·한전·지역난방公 퇴직자들에 기념품 잔치

입력 2013-10-16 17:57 수정 2013-10-17 00:29

160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들이 퇴직자에게 돈을 펑펑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순금 열쇠, 상품권, 여행비, 가전제품 등을 1인당 최대 300만원까지 지급해 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1월부터 올 8월까지 퇴직자 357명에게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전통시장 상품권), 100만원 상당의 국내연수 비용을 제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총 지출액은 10억7100만원이다. 한수원의 부채는 지난해 기준 24조7000억원으로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한수원 측은 “퇴직자가 100만원 한도로 국내 여행상품을 골라오면 비용을 보전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는 같은 기간에 1인당 200만원씩 퇴직자 497명에게 9억9400만원의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했다. 한전 발전자회사인 중부발전·남동발전은 상품권 200만원씩을 줬다. 서부발전과 남부발전은 지난해 8월까지 순금 1냥(37.5g)짜리 기념품(가공비 포함 300만원 상당)을 주다가 지난해 9월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2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동서발전도 순금 1냥으로 행운의 열쇠(200만원 상당)를 만들어 28명에게 줬다가 지난해 9월부터 온누리상품권으로 변경했다.

지역난방공사는 11명에게 1인당 270만원의 금을 줬다. 에너지관리공단은 금으로 만든 행운의 열쇠(1인당 150만원 상당)를 지급해왔다. 해외자원개발 사업 부실로 경영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았던 광물자원공사는 순금 2돈(7.5g)짜리 기념반지(60만원 상당)를 퇴직 선물로 줬다.

한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의 퇴직금을 감액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리에 연루된 한수원 직원들이 퇴직금 잔치까지 벌이는 동안 기재부는 뭘 하고 있었느냐”는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추가적인 불이익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