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독 교회, 정치범 송환에 주도적 역할… 교회연합 차원서 이산가족 상봉 모금 가능

입력 2013-10-16 17:44 수정 2013-10-16 21:12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남북 이산가족 문제 해결 방안으로 ‘프라이카우프(freikauf·자유를 산다는 뜻)’ 도입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본보 10월16일자 1면). 독일 통일 이전 서독이 동독에 돈을 주고 정치범 등을 송환시킨 프로젝트였던 이 방식은 서독 교회를 중심으로 한 민간단체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한국판 프라이카우프’에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기독교 통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교회가 좀 더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고, 교회를 통해 남북간 신뢰를 쌓아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16일 “프라이카우프는 정치적 명분 때문에 수시로 가로막히는 남북 관계의 현실을 돌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양영식 장로는 “과거 남북간 교류의 특성과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북측의 입장을 고려한 ‘역지사지’의 접근법이 필요할 때”라며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남북 관계에 새로운 활로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를 통한 남북간 신뢰 구축은 동북아 평화체제 정착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우려도 있었다. 기독교통일연구소 소장인 박영환 서울신학대 교수는 “보수와 진보 간 이념적 간극이 큰 우리 사회에서 프라이카우프에 대한 정서는 꼭 긍정적이라고만 할수없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25년 이상 비밀로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도입되기 전에 공개 석상에서 왈가왈부 되는 것 자체가 실현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프라우카우프 방식이 도입될 경우 교계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사업 주체가 정부인지 민간인지에 따라 참여 폭이 달라질 수 있지만, 한국 교회 또는 종교연합기구가 모금과 지원의 주요 창구가 될 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가령 이산가족 상봉이나 납북자 송환 등 특정 사업에 있어서 북한에 현금 또는 현물의 모금(또는 기부)이 불가피할 경우 교회가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로 교수는 “교회연합운동 차원에서 창구를 일원화해 동참할 수도 있고, 국내 7대 종단 등 종교계 연합이나 적십자처럼 반관반민 차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회를 중심으로 남북 민간 단체의 교류를 확대하는 길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