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새 유통 채널로 급부상

입력 2013-10-16 17:29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관광버스 한 대가 16일 경기도 용인의 기흥휴게소로 들어섰다. 버스가 멈춰 서자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내렸다. 그런데 20여분 뒤 버스에 오른 일부 관광객의 옷차림이 달라져 있었다. 손에 든 쇼핑백에는 방금 전까지 걸쳤던 옷이 넣어 있었다.

1년 만에 등산모임에 참석했다는 박희윤(33·여)씨는 예전과 달라진 휴게소 풍경에 깜짝 놀랐다. 화장실을 가거나 커피나 주전부리를 사먹던 곳에 그쳤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등산용품을 구입하는 장소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동호회 사람끼리 함께 여행을 다니다보면 장비에 대해 은근한 경쟁심리가 생긴다”면서 “때문에 휴게소 아웃도어 매장에서 의상을 구입해 바로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버스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새로운 유통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 가두 유통망이 포화상태인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와 신규 출점 제한을 받고 있는 대형마트들에 고속도로 휴게소는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한적한 고속도로여서 골목 상권과의 마찰도 없다.

최근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휴게소들도 이들의 입점을 반기고 있다.

특히 아웃도어 업체들의 경우 나들이객들로 붐비는 휴게소는 최적의 브랜드 홍보 장소이기도 하다. 아웃도어업체 네파의 경우 전국 고속도로 중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휴게소를 중심으로 매장 6곳을 개설했다. 경춘고속도로 가평휴게소,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 중부고속도로 마장휴게소 등이다.

네파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 브랜드 홍보에 적합하고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면서 “우리뿐 아니라 경쟁 브랜드들의 입점도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도 휴게소에서 색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4월 중부고속도로 마장휴게소에 대형마트로는 처음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매장을 열었다. 빠른 시간 내 쇼핑이 가능해야 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여서 영업면적은 기존 매장의 4분의 1 수준인 2800㎡(800여평) 크기의 ‘콤팩트’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매장은 패스트 쇼핑에 중점을 둬 구성했으며 여행객들이 많이 구매하는 나들이용품이나 과자, 음료 등 핵심 상품군은 PB상품(자체 브랜드)으로 특화했다. 나들이객들이 휴게소에서 음식을 자주 사먹는 점을 감안해 조리식품 매장도 마련했다. 또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쇼핑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을 통해 롯데마트몰에서 미리 장을 본 뒤 휴게소를 지나면서 받아갈 수 있는 ‘온라인 픽업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현재까지 휴게소 마트에 대한 반응이 좋다”며 “여행을 마친 주부들의 경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장휴게소에 들러 장을 보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1년간 마장 휴게소의 성공 가능성을 테스트한 뒤 매장수를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속도로 이용객들도 휴게소에 쇼핑공간이 생긴 데 대해 대체로 좋다는 반응이다. 한 이용자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휴게소에 들르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했는데 잠시 쉬면서 상품들을 둘러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용객들은 또 대형마트가 입점하면서 기존 휴게소보다 상품 수가 많아진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