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재익] 전세대란의 원인과 해법
입력 2013-10-16 17:48 수정 2013-10-16 15:41
“소유 위주 주택정책이 화근… 무주택 서민 위한 임대주택 공급 늘려야”
전월세시장의 안정을 위해 정부가 8·28대책 등 여러 차례 정책을 발표했지만 전세시장은 가격과 공급물량의 측면에서 전세대란이 거론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노력하는데 왜 문제는 수그러들지 않는가. 정책의 방향착오와 영향력의 한계 때문이다.
정책의 방향 착오는 소유 위주의 주택정책에서 비롯된다. 8·28전월세시장 안정화 대책은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및 취득세 차등부과 폐지 등의 세제혜택과 저리융자 등 전세입자로 하여금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면 집값도 오르고 주택시장이 정상화된다는 게 정책논리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주택이 투자가치를 가질 때 유효하다. 과연 그럴까. 정부는 시장 정상화란 이름으로 집값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집값을 조정할 능력이 있는가. 과거의 경험을 보자. 참여정부 시절에는 집값을 내리기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온갖 수단을 총동원해도 집값은 올랐고, 이명박정부는 반대로 집권 내내 집값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집값은 지속적으로 내렸다. 현 정부가 과거의 정부들과 달리 집값을 조정할 능력이 있다고 하기에는 주택시장의 흐름이 너무 부정적이다.
더구나 모든 무주택 서민이 자기 집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주택정책의 우선대상이 되어야 할 이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너무나 소홀하다. 정부는 항상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대량공급을 약속하는 계획을 수차례 발표해 왔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공급되는 물량은 대부분 목표미달이다. 내 집 마련 위주의 주택정책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정부의 주택 인식은 주거개념이 아니라 소유개념이다.
저금리 추세와 더불어 주택가격의 지속적 하락으로 전세시장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월세전환 등으로 감소되었으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시장현상이다. 특히 이사철에는 전세가격의 안정은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처럼 전세시장의 수요와 공급요인은 어느 하나도 그 흐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그릇된 주택정책 때문임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금의 전세시장 문제는 조급한 충격요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므로 어느 정도의 조정과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무엇보다 소유 위주의 주택정책에서 벗어나 무주택 서민위주의 주택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며, 계획보다 실천이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임대주택건설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급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짧은 시일 내에 공급을 크게 늘리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실천 가능한 중장기적 서민 주거안정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철저히 이행할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사회주택의 성격을 갖는 맞춤형 임대주택을 비영리기관이 전문성을 발휘하여 공급·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공급경로의 다양화도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택문제의 현장이면서 주택공급의 현장이기도 한 지방정부와의 협조체계도 실질적이 되도록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인위적 가격조정에 정책의 성패를 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택정책은 건설·부동산·금융산업의 활성화 차원에서 벗어나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과 질적 향상이라는 본래의 목표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전세제도는 금융시스템이 발달하고 자본축적으로 인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월세제도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의 전세대란을 거울삼아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지속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국민들로부터 환영받는 주택정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김재익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