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승빈] 발전회사 운영체계 새로 짜야
입력 2013-10-16 19:04
올해도 어김없이 전력대란과 블랙아웃이 화두이다. 이 고비만 넘기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거라고 믿은 국민들은 올해도 역시나 정부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절전에 적극 동참했고 기업들도 조업과 휴가 조절로 수급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다.
전력 수급불안은 한국수력원자력의 비리로 인한 원전 정지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낮은 전기요금이 문제다. 전기로의 전환수요와 과다수요 예측의 오류에 따른 수급불안이다. 게다가 밀양을 비롯한 송전선로 건설지역 주민들의 집단반발 같은 사회현상까지 더해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2001년 한전에서 6개 발전자회사를 분할하고 전력거래소를 설립했다. 발전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이후 송배전·판매를 한전이 담당하고 발전은 발전회사가 담당하며 정부는 전력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를 담당·관리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2011년 6개의 발전회사를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함에 따라 정부는 모회사인 한전과 자회사인 발전회사들의 경영 관리, 감독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발전회사의 분할과 시장형 공기업 지정은 경쟁을 통해 발전회사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발전원가를 절감하려는 의도와 전력산업이 효율적으로 작동된다면 수급도 안정적으로 이뤄질 거라는 기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현 상황은 효율성도 안정성도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발전회사 분할 이후 일정부분 유지돼 오던 한전과 발전회사 간 협력과 교류는 시장형 공기업 지정 이후 거의 단절돼 버렸다. 한전이 일부 담당했던 수급 조정 기능마저 사라졌다.
수익성 위주의 발전회사 간 경쟁은 발전소의 무리한 운영을 낳고, 유지보수 활동을 위축시켰다. 이에 따른 원자력 및 유연탄 발전소의 잦은 고장과 정지는 발전원가를 높여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자력·유연탄 발전소의 고장 건수는 2010년 45건에서 시장형 공기업 지정 이후인 2012년에는 98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발전회사의 연료 공동구매 축소로 인한 연료구입비 증가도 전기요금 인상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0년 공동구매에 따른 연료구입비 절감액이 535억원에 달했으나 2012년에는 77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해외사업 부문도 발전사 간 중복 과당 경쟁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칠레에서 빚어진 발전회사 간 중복입찰과 이로 인한 비용 증가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발전회사 간 과도한 경쟁과 수익 추구로 인한 비효율은 우선 시장형 공기업 해제를 통해 해소시켜야 한다. 발전회사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은 전문성의 결여와 전력산업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 부족이라는 문제를 드러냈다. 차라리 한전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전력산업 전체의 균형 잡힌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발전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한 모기업으로서 한전이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제도적, 경제적 논리로 따져 봐도 더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부의 발전회사의 시장형 공기업 지정은 시장 효율을 저해할 뿐 아니라 전력산업 전반을 조정할 수 있는 유인도 제공하지 못하며 수급불안 등의 불합리한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수급안정을 통해 국민의 불편을 제거하고 전력산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모두 합심해 노력할 때이다. 발전회사의 시장형 공기업을 해제하고 전력산업의 역량을 전력대란 극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임승빈 (명지대 교수·행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