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X ‘짝퉁부품’ 비리는 또 뭔가
입력 2013-10-16 19:02
KTX에 1만7500여개의 ‘짝퉁부품’을 납품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사람들은 납품업체 관계자 12명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임직원 2명이다. 양심불량의 납품업체들과 이들에게 납품 관련 정보를 알려주고 뇌물을 받은 코레일 임직원들이 파렴치한 범죄를 벌인 것이다.
납품업체들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관세청이 발행하는 수입신고필증 등을 위조해 국내 업체가 만든 부품을 프랑스에서 수입한 정품인 양 속이거나 재고품을 신품인 것처럼 납품해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한다. 그리고 코레일 임직원들은 이들에게 부품구매 계획 등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2000만원과 1100만원을 각각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짝퉁부품’이 주로 KTX 제동장치 계통에 사용됐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초고속으로 달리는 KTX의 특성상 제동장치는 안전 문제와 직결돼 있다. 제동 패널에 장착돼 압축된 공기의 압력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부품이나 부식 우려가 높은 부품 등은 제동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점에서 엄벌해야 마땅하다.
코레일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내달 1일부터 운행 중인 KTX 920량에 대한 부품사용 현황 조사에 나서 부정 부품들을 모두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프랑스전문가도 참여한다고 한다. 또 위·변조를 막기 위해 원제작사와의 직거래를 늘리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업체는 입찰 참여를 금지하기로 했다.
KTX는 지난 8월에 두 차례 고장이 나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해마다 안전성은 계속 향상되고, 고장률은 줄어들고 있다. KTX 브랜드 가치가 2011년 80위에서 올 상반기에 17위로 상승했다는 통계도 있었다. 납품비리를 뿌리 뽑지 않으면 언제 대형사고가 터져 브랜드 가치가 추락할지 모른다. 코레일은 보다 강도 높은 비리근절책을 강구해야 한다. 납품업체와 코레일 직원이 결탁한 납품비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곳에서 자행되고 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KTX 1대에 200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적발된 1만7500여개 부품은 극히 일부여서 안전운행에 문제가 없다는 해명은 너무 안이해 보인다. 국민들을 심리적으로 안심시키려는 의도이겠지만, 그보다 모든 부품들을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게 신뢰를 얻는 첩경일 것이다.
구속된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도 2600여개 부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코레일과 마찬가지로 조속히 부정 부품들을 교체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