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주연 정경호… 입 거친 한류스타 ‘육두문자맨’ 열연

입력 2013-10-16 17:14 수정 2013-10-16 23:12


영화 ‘롤러코스터’는 스크린으로 만나는 연극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배우들 연기는 조금 과장돼 있고 이들이 주고받는 대사의 템포 역시 연극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왜 이러한 작품이 만들어졌는지는 영화의 탄생 스토리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롤러코스터’는 충무로 최고 스타로 평가받는 배우 하정우(35)가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중앙대 연극학과 97학번인 그는 학창시절 함께 연극을 하던 선후배를 모아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같은 학과 02학번 후배이자 주인공 마준규 역을 열연한 배우 정경호(30)가 있다.

1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정경호를 만났다. 그는 “정우 형과 옛날부터 함께 작업을 하고 싶었다. 정우 형이 신인감독이어서 불안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열정 하나만 놓고 보면 형을 따라갈 만한 사람이 거의 없을 거예요. 연기나 작품에 대한 열정,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등에 있어선 우리나라 최고예요(웃음). 제가 군 제대(지난해 9월) 했을 때 그런 형이 저한테 부탁을 하더라고요. ‘너를 생각하며 쓴 시나리오가 있다’. 승낙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시나리오가 재밌기도 했어요. 기발한 스토리잖아요?”

‘롤러코스터’는 태풍을 만나 ‘곡예비행’을 펼치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독특한 승객들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남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애정행각에 몰두하는 신혼부부, 마준규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정경호가 연기한 마준규는 ‘육두문자맨’이라는 작품으로 한류 스타로 부상한 인물이다. 거친 욕설을 달고 사는 캐릭터지만 남들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연예인이기에 항시 그는 언행에 신중을 기한다.

“정말 기발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는 영화잖아요? 만화 같은 인물이 많으니 마준규만큼은 정상인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다. 정극(正劇)의 주인공이다’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죠. 촬영에 들어가기 전 3개월 동안 리허설을 했던 것도 특이하고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배우들 호흡이 중요한 작품이어서 연극을 준비할 때처럼 매일 모여 연습을 했었죠.”

알려졌다시피 그는 방송가 대표적 스타 PD 중 한 명인 정을영 감독의 아들이다. 정 감독이 만든 안방극장 히트작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 ‘불꽃’(2000) ‘엄마가 뿔났다’(2008) ‘인생은 아름다워’(2010) ‘천일의 약속’(2011)….

하지만 아버지는 배우가 되겠단 아들의 뜻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한다. 정경호가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 시험에 응시했을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정 감독은 친분 있던 면접관들을 상대로 “우리 아들을 시험에서 떨어뜨려 달라”는 ‘압박’을 넣었다. 배우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아는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어제(14일) VIP 시사회가 있어 아버지를 초대했어요. 전 인터뷰 일정 때문에 밤 12시가 돼서야 전화를 드려 영화가 어땠는지 여쭤볼 수 있었죠. 아버지 답변은 이랬어요. ‘너도 너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고 있구나.’ 올해로 연기한 지 10년이 됐는데 이런 칭찬은 처음 들어봤어요(웃음).”

정경호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로 스타덤에 오른 뒤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2010년 11월 군에 입대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3군 사령부 군악대였다. 그는 군 복무 시절 각종 행사 MC를 도맡았다고 한다. ‘롤러코스터’는 군 제대 후 정경호가 선택한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다.

“군대 있을 때 5분에 한 번씩 카메라 앞에 선 제 모습을 상상했어요. 대중이 저를 잊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촬영장이 정말 그리웠어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