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그래비티’] 외계인도 우주전쟁도 없는 우주 배경의 SF
입력 2013-10-16 17:15
‘그래비티(Gravity)’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재난영화다. 하지만 외계인도, 우주전쟁도 없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 그 자체가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진짜 공포로 다가온다.
91분의 러닝타임 동안 할리우드 톱스타 샌드라 불럭(사진 왼쪽)과 조지 클루니, 두 사람만 나오지만 놀랍게도 지루하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 우주를 헤매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롱테이크(길게 찍기)로 찍은 초반 20분이 인상적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몇 분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소리도 기압도 산소도 없는 우주의 막막함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저 멀리 ‘아름다운 별’ 지구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아득하다. 서서히 누군가 나누는 대화 소리가 들린다. 헬멧을 쓰고 무거워 보이는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 두 명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익스플로러 우주 왕복선이 떠 있고, 무중력 상태에서 힘들어하는 라이언 스톤 박사(샌드라 불럭)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고 있다. 그 옆으로 베테랑 우주비행사인 지휘관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새로운 비행장치의 성능을 시험하며 유영하고 있다. 카메라는 스톤을 비췄다가 스톤의 시점으로 우주를 바라본 뒤 다시 멀리서 우주에 떠 있는 스톤을 응시한다. 20분간의 오프닝 시퀀스 3D 영상은 관객을 우주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평화롭던 임무 수행중 이들에게 재앙이 닥친다.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로 왕복선은 파괴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묶인 채 어둠 속을 맴돌게 된다. 귀가 먹먹해지는 침묵, 지구와의 모든 연결 단절. 구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상가상으로 거칠어지는 호흡은 얼마 남지 않은 산소마저 고갈시킨다.
멕시코 출신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카메라를 우주로 들고 가서 찍은 것처럼 만들자’는 목표로 우주 공간을 그렸다. 우주의 무중력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12개의 와이어로 이뤄진 특별 장치를 고안해 배우를 공중에 띄웠다. 이런 현실 같은 영상 덕분에 주인공 스톤이 고난을 뚫고 생의 의지를 되살리며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하는 과정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이된다.
기술력도 돋보이지만 영화는 극한의 상황에서 홀로 버티는 한 인간에 방점을 찍는다. 완전한 절망에 빠졌을 때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를 살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역대 최고의 우주 영화”라고 평했다. 17일 개봉. 12세가.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