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당당한 가치창조자가 되자
입력 2013-10-16 17:44
어느 날 배고픈 여우가 포도밭에서 잘 익은 포도송이를 발견하고 따먹으려고 발버둥쳤지만, 포도송이가 너무 높이 달려 있었던 탓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자 여우는 포기하고 돌아서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무나 딸 테면 따라지, 저 포도는 시단 말이야.”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인지부조화’ 현상, 즉 자신의 생각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을 때 겪는 혼란과 고통을 극복하는지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보다,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심리적인 위로와 안정을 찾는다. 즉 인간은 ‘자기합리화’의 달인이며, 때로는 자신이 왜곡한 현실을 정말로 믿어버리는 ‘자기기만’의 능력까지 발휘한다. 그러나 자기합리화 및 자기기만은 일종의 심리적 진통제일 뿐, 실제적인 성장과 발전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겉보기에는 매우 유사하지만 ‘패러다임의 전환’, 즉 기존의 관점과 가치를 뒤집는 개혁과 창조의 작업도 있다. 며칠 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노벨평화상을 못 받아 축하한다’는 환호와 격려가 한 파키스탄 10대 소녀에게 쏟아졌다. 그 주인공은 2009년부터 여성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달라며 전 세계에 호소하던 16세의 ‘말랄라 유사프자이’인데, 작년 10월에 여성교육을 반대하는 파키스탄 탈레반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죽음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병상에서 일어난 말랄라는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파키스탄 여성인권운동의 선두주자가 되었으며 유엔에서 “한 어린이가, 한 권의 책이, 한 자루의 연필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교육만이 유일한 답입니다”라는 유명한 연설도 하였다.
최근 전 세계의 말랄라 지지자들은 그녀가 ‘국제 여자아이의 날’(10.11)에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감동스토리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그녀가 노벨평화상 수상에 실패하자 세계의 언론들은 예상외의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서방국가들이 말랄라의 수상을 원했던 것은 그녀를 상징적 인물로 만듦으로써 파키스탄의 어려운 문제들을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노벨평화상을 받았더라면 오히려 말랄라에게 손해가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그녀가 노벨상을 못 탄 것을 축하하며 “말랄라는 노벨상을 타기엔 너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졸지에 노벨평화상의 가치는 추락하고, 말랄라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살다 보면 자기합리화 및 자기기만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할 때도 있지만 기존의 관점과 가치관에 당당하게 맞서 새로운 가치체계를 창조해야 할 때도 있다. 특히 그리스도인에게는 그래야 할 때가 더 많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은 ‘땅 위에 사는 하늘나라의 시민’이기 때문이다. “신령한 자는 모든 것을 판단하나 자기는 아무에게도 판단을 받지 아니하느니라.”(고전 2:15) 당신의 가치기준은 ‘하늘’에 적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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