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사운드로 말한다… 17년째 활동 혼성 밴드 자우림 9집 앨범 발표

입력 2013-10-16 17:37

가요계에서 혼성 밴드 자우림이 차지하는 위치는 각별하다. 밴드 음악이 사랑받지 못하는 국내 대중음악 시장에서 1997년 데뷔한 이들은 벌써 17년째 ‘생존’에 성공하고 있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버무려내는 영리한 전략은 이들을 가요계에 몇 안 되는 중견 밴드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20년을 내다보는 밴드가 그간 멤버 교체 한 번 없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자우림은 이선규(기타) 김진만(베이스) 구태훈(드럼)의 탄탄한 연주력에 김윤아(보컬)의 개성 강한 목소리를 보태 자신들을 따르는 많은 마니아를 만들어냈다.

자우림의 정규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는 이들의 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음반엔 전작들보다 화려해진 사운드가 특징인 음악 총 11곡이 담겨 있다.

타이틀곡은 청춘의 사랑을 노래한 ‘스물다섯 스물하나’. 노래의 ‘주인공’이 행복을 꿈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20∼30대 청년이라 생각하고 만든 곡이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노랫말은 이러하다. ‘그날의 바다는 퍽 다정했었지/ 아직도 나의 손에 잡힐 듯 그런 듯 해/…/ 가슴 시리도록 행복한 꿈을 꾸었지/ 우∼그날의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오네/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지난날의 너와 나….’

자우림은 음반이 발매된 지난 1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새 음반을 통해 촘촘하게 짜여진 사운드를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4∼8집을 만들 땐 ‘비워내는’ 작업, 즉 음악에 여백을 주는 데 치중했어요. 그런데 8집을 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우림의 사운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김윤아)

이들은 음반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을 거듭 강조했다. 구태훈은 “에베레스트 산을 올라갔다 내려온 기분”이라고 했고, 김윤아는 “작업 하는 내내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음반은 자우림이 2011년 8월 발매한 8집 ‘음모론’ 이후 2년 2개월 만에 내놓은 신보다. 이선규는 “과거 어떤 음반을 발표했을 때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 같아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엔 “우린 (‘프로 밴드’가 아닌) 직장인 밴드라는 생각을 가지고 음악에 임한다. 목숨 걸지 않고 재밌게 음악을 했기 때문인 거 같다”고 답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