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김민경 “꿈의 끈 놓지 말라” 조언 잊지 않았다

입력 2013-10-16 17:37


이용식 강호동 이영자 백재현 정형돈 유민상 김준현…. 한국인이라면 이들 코미디언 이름을 열거했을 때 교집합 하나를 떠올릴 것이다. 바로 뚱뚱한 캐릭터를 내세워 스타덤에 오른 인물들이라는 점. 큰 체격, 유별난 식탐 등을 앞세운 이들의 개그는 그간 안방극장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리고 요즘 이러한 ‘뚱보 코미디’ 계보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약칭 ‘개콘’)에 출연하는 개그우먼 김민경(32)이다. 그가 나오는 ‘개콘’ 코너는 ‘뿜엔터테인먼트’ ‘로비스트’ ‘엔젤스’ 등 3개나 된다. 코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그의 인기는 날로 치솟고 있다.

가을비가 내리던 15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김민경을 만났다. 생각보다 키가 작았고 숫기도 없었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 앉아 간단한 인사를 나누자마자 선수를 쳤다.

“아무거나 다 물어보세요. 그런데 체중은 묻지 마세요. 노코멘트 할 거예요(웃음).”

“포털 사이트에 ‘김민경 몸무게’ 치면 나오던데요. 85㎏ 정도라고.”

“글쎄요. 과연 그게 지금 몸무게일까요? 그보다 위인지 아래인지는 밝히지 않을 겁니다(웃음).”

대구에서 나고 자란 김민경은 어린 시절 내성적인 아이였다. 중학교(대구 동부여중) 재학 시절 친구들과 학교 축제 무대에 선 기억은 있지만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성격과 달리 꿈은 외향적인 사람이어야 가능한 연기자가 되는 거였다. 대학(대구 계명문화대)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 되면 연기자 신분으로 광고에 출연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을 거라 기대했다.

꿈을 향한 여정은 뜻밖의 순간에 시작됐다. 대학시절 그는 배우 권오중(42)의 팬이었다. 온라인 팬카페에 자주 접속해 글을 남기고, 권오중이 일일이 달아주는 댓글에 감격해하는 여대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팬카페 게시판에 권오중과 친분이 있던 개그맨 전유성(64)의 글이 올라왔다. 개그 극단 ‘코미디 시장’에서 단원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연기 하는 거 외에 꿈이 하나 더 있었는데 서울에 사는 거였어요(웃음). 근데 극단에 들어가면 서울에 살면서 연기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선착순이니 바로 붙었죠. 그때가 2001년 12월이었어요. 집에선 반대가 심했어요. 야반도주 하듯이 도망쳐 나왔죠. 당시 큰 언니가 5만원을 쥐어주면서 말하더라고요. ‘꼭 성공해서 돌아와라.’ 언니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이런 말을 했던 거 같아요(웃음).”

극단에 입단한 뒤 모든 일이 술술 풀린 건 아니다. 방송사 개그맨 공채 시험엔 번번이 낙방했다. 당시 극단 단원들은 그를 두고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민경이는 너무 내성적이어서 이 일을 오래하긴 힘들 거야” “극단 생활 중도 포기하고 가장 먼저 나가는 애는 민경이가 될 거야”….

하지만 그는 터널 같은 무명의 시간을 견뎌냈다. 2008년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서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꿈의 끈’을 놓지 말라”는 전유성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묵묵히 때를 기다린 결과였다. 요즘 그의 이름 앞엔 ‘개콘의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곤 한다.

“저한테 ‘에이스다’ ‘대세다’ 같은 말들 많이 하시는데 들을 때마다 쑥스러워 죽겠어요(웃음). 가당치도 않은 수식어예요. 물론 인기를 실감할 땐 있죠. 밖에 나가면 과거엔 사람들이 그냥 ‘뚱뚱한 개그우먼’이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김민경’이라는 제 이름을 불러줘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가슴 한쪽에 남아있다. 김민경은 “영화든 드라마든 언젠가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가 서른을 넘었으니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진 않을 터. 하지만 그는 “결혼을 하려면 연애부터 일단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쏘아붙였다.

“연애를 먼저 하는 게 순서일 텐데 남자 만날 기회 자체가 없네요. 주변 분들이 그런 기회를 좀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