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3755명 송환에 1조8000억 지불… 비밀 철저히 지켜 26년 동안 지속

입력 2013-10-15 22:40

정부가 적용을 검토 중인 ‘프라이카우프(freikauf)’ 방식은 옛 서독의 동독 반체제 인사 석방사업이다. 독일어로는 ‘자유를 산다’는 의미다.

통일 이전의 서독 정부는 동독에 수감돼 있던 정치범들을 송환하기 위해 현금과 현물을 동독에 제공했다. 현물은 주로 생활필수품이었다. 정부당국 간 현금과 현물이 오간 게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서독에선 주로 교회가 나섰고, 동독에선 비밀경찰이 카운터파트 역할을 맡았다.

서독은 3만3755명을 송환한 대가로 34억6400만 마르크(1조8000억여원)어치의 현금·현물을 동독에 지불했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정치범 1인당 5300만원이 든 셈으로, 서독 국민 1인당 소득의 5배 정도나 됐다.

프라이카우프 사업은 1963년 처음 시작된 이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까지 26년 동안 이어졌다. 이 사업이 큰 파열음 없이 장기간 지속된 것은 철저한 비밀주의 원칙 때문이었다. 동·서독 정부는 프라이카우프 사업에 합의한 뒤 서로 철저히 보안을 지켜주며 사업을 진행했다. 돈을 주고 사람을 빼오는 식의 사업 방식이 반인권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서독은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경제를 바탕으로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사업을 진행했고, 동독 정부 역시 자국 체제에 큰 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 사업 진행에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진 것은 독일 통일 이후에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결과적으로 이 사업이 독일 통일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