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사안 반드시 해결’ 박근혜정부 對北원칙 표출

입력 2013-10-15 22:40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15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을 위해 ‘프라이카우프’ 방식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인도적 사안을 해결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대북 원칙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사안을 최우선적 과제로 설정해 왔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이번 추석을 전후로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 바란다”며 먼저 북한에 상봉을 제의했다.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도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도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7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80.4%를 차지하는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점도 프라이카우프 방식 도입 검토 배경 가운데 하나다.

이산가족 신청자 12만8000여명 중 5만5000여명이 이미 사망했고, 지난해에만 4000여명의 상봉 신청자가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프라이카우프 방식이 실현 가능성이 높고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도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때마다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북한에 현물을 제공해 왔다.

정부는 지난달 초 남북 간 이산가족 상봉 행사 합의 직후 세계보건기구(WHO)의 북한 영·유아 대상 지원사업에 남북협력기금 약 630만 달러(약 69억5000만원)를 지원키로 결정했고, 국내 12개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도 승인했다.

류 장관이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은 이산가족과의 형평성 때문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국군포로·납북자를 ‘전쟁시기와 그 이후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전체 인원의 10%를 포함시키는 우회적인 방법에만 매달려 왔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은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싱가포르에서 남북정상회담 비밀협상을 했을 때 이 방식을 적용해 국군포로 및 납북자를 송환하고 그 대가로 대북 경제 지원을 하는 데 사실상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최소 5억∼6억 달러 규모의 현물을 대가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협상이 무산되면서 이 방안은 흐지부지됐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전문가들은 경색된 현재의 남북관계가 풀릴 때까지 상호간 신뢰가 어느 정도 쌓여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프라이카우프 방식이 남북관계에 적용되려면 민간 차원의 교류가 많이 이뤄지고, 북한도 거부감을 갖지 않아야 한다”며 “1대 1 교환 방식보다는 포괄적 대북 지원 형태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