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학파, 노벨상 파워! 역대 경제학상 74명 중 20명… 2013년도 2명 배출

입력 2013-10-15 19:00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4명 중 1명 이상이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학위를 받거나 교수와 연구원을 지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가장 많은 수상자를 낸 시카고대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발원지로 꼽힌다.

노벨경제학상을 처음 수여한 1969년부터 올해까지 수상자는 74명으로 시카고대에서 학위를 받거나 교수를 지낸 사람은 18명(24%)이었다. 대학 소속 연구원 경력을 포함하면 20명(27%)으로 늘어난다.

당장 올해 수상자 3명 중 2명이 시카고대 교수다. 유진 파마는 미 터프츠대 졸업 후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받았다. 라스 피터 핸슨은 유타주립대에서 수학·정치학 학사, 미네소타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81년부터 시카고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리노이주 북동부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11㎞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시카고대는 이미 70∼80년대 노벨경제학상을 휩쓸며 수상자 배출 학교로 유명해졌다.

이 대학 출신 첫 수상자는 폴 새뮤얼슨이다. 시카고대 경제학과 졸업생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지낸 그는 소비자 선택 이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70년 수상했다. 정작 시카고대 진학 이유에 대해선 “단지 집에서 가깝기 때문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인디애나주 게리에서 태어난 그는 폴란드 출신 이주민인 아버지가 약사로 일하던 시카고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경제 침체기였던 60∼70년대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은 자유시장을 강조한 전통적 자유주의 경제학을 재해석하며 시카고학파로 불리는 고유의 학풍을 수립했다. 시카고학파는 신자유주의학파와 동의어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들은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케인스학파의 한계를 지적하며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불황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 출구를 찾지 못하던 상태였다.

이때 선두에서 통화주의를 주창한 인물이 76년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이다. 시카고대와 컬럼비아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시카고대 교수를 지낸 그는 자유시장경제를 강력히 옹호했다. 프리드먼에게 영향을 준 프리드리히 하이예크도 시카고대 연구원을 지냈다.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예크는 화폐와 경제변동에 관한 연구로 7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스톡홀름경제대 퍼 스트롬버그 교수는 “시카고대가 정치적으로 시장의 자유와 같은 것으로 더러 평판을 얻고 있으나 오늘날 모든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시카고대의 열성적인 연구자들을 보면 매우 폭넓은 관점을 가진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경제학자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