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 새 국면] 구조조정 제대로 될지 의문
입력 2013-10-15 18:26 수정 2013-10-15 22:17
위기에 빠진 동양그룹이 15일 검찰의 압수수색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급격하게 와해되는 모양새다. 검찰의 칼끝이 현재현 회장과 현 회장 부인 이혜경 부회장을 겨눈 가운데 계열사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면서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이런 상태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검찰이 동양그룹과 오너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동양그룹 관계사들은 뒤숭숭한 모습이었다. 동양증권의 한 직원은 “여러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까지 시작됐다고 하니 아주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주로 어떤 문건들을 확보해 가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임직원 간 책임 떠넘기기 등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그룹 실세로 지목됐던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는 해명자료를 내고 동양매직과 웨스트파인 골프장,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의 오리온 주식 매각 등 그룹 구조조정을 위한 자산매각에 관여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구조조정 전반을 지휘한 실세는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가조작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현 회장 일가의 비자금 관리나 기업어음(CP) 발행, 구조조정 등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특히 그룹 위기와 관련해 “금융지주회사를 꿈꾸던 금융계열사와 사양산업이라 천대받던 제조계열사들의 보이지 않는 힘 싸움 역시 오늘날의 사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내부 갈등이 원인이었음을 시사했다.
그룹 전체가 흔들리면서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고 온 임직원이 노력해야 하는데 동양의 지금 모습을 보면 잘 해낼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특히 구성원들 간 상호 비난과 내부 폭로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원만한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