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재벌 봐주기”-“중기 발목 잡은 꼴” 與野에 협공 당한 ‘경제민주화’
입력 2013-10-15 18:22 수정 2013-10-15 22:15
국회 정무위원회가 15일 국회에서 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경제민주화 속도를 놓고 여야가 각을 세웠다. 야당은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퇴색하면서 재벌 봐주기가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반해 여당은 성급한 경제민주화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 불만인 경제민주화=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지난 9월 공정위가 효성과 LG의 미편입 계열사 신고 누락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린 것은 명백한 재벌 봐주기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사건 조사 부서인 경쟁정책국이 당초 효성 조석래 회장에 대해 고발 의견을 제시했으나 공정위 소위원회가 제재 수위를 경고로 낮췄다”고 주장했다. 경고처분 의결일이 8월 23일로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재벌 총수들의 간담회를 5일 앞둔 시점에서 공정위가 대통령 눈치를 봤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입으로는 경제민주화, 속으로는 재벌 봐주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2의 동양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의 고삐를 더 쥐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같은 당 김영환 의원은 “이번 동양사태는 순환출자로 연결된 계열사가 칸막이를 넘어드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도 “최근 5년간 대기업 순환출자가 새롭게 69개 발생했는데 이 중 14개가 동양그룹”이라며 동양그룹 사태에 순환출자 문제가 내재돼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 대형마트 규제법 등 대표적 경제민주화법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대상 중 98.5%가 중소·중견기업”이라며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신동우 의원은 “하도급법 개정안을 보면 원사업자가 경영적자를 봐도 납품업자 동의 없이는 단가를 내릴 수 없게 되어 있어 오히려 납품업자를 바꾸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제민주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인 증인 예우?=이날 국감에서는 삼성전자 백남육 부사장 등 기업인 24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무위는 기업인들이 하루 종일 국감장에 대기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이번에는 오후 2시에 출석토록 하고 곧바로 증인 질의에 들어갔다. 정무위 김정훈 위원장은 증인 질의가 없는 의원은 질의 순서를 뒤로 미뤘다. 당초 공정위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하려던 국감도 증인 편의를 위해 국회로 옮기기까지 했다.
이런 덕분인지 기업인들도 할 말은 하는 분위기였다. 일부 기업인은 의원의 질의 중간에 “제가 잠시만 설명을 드려도 될까요”라며 기업 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은 편의점 현금출납기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롯데피에스넷 이정호 대표로부터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은 뒤 “이렇게 나와서 증인이 회사를 바르게 홍보할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을 두둔하기도 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