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도 MD에 연루되는 것 아니냐” 논란

입력 2013-10-16 05:23

국방부가 중·고(高)고도방어(THAAD)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국민일보 10월 15일자 1·3면 참조)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깊이 연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군은 저고도 방어를 중심으로 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의 미비한 점을 보완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MD와 연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도 KAMD는 정보·정찰 측면에서는 미국과 깊이 연동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KAMD의 핵심 부분인 탄도탄작전통제소(AMD-CELL)를 통해 미군이 식별한 북한의 미사일 정보를 받고 또 우리 군이 파악한 정보도 교류될 예정이다. 지난달 2일 서울에서 열린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이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같을 필요는 없지만 상호 운용성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부분이다.

여기에 THAAD가 도입될 경우 정보·정찰뿐 아니라 타격수단까지 미국의 MD와 같은 유형을 사용하게 되는 셈이 돼 미국이 북한이나 중국에서 미 본토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타격을 요구할 경우 ‘동맹의 신의’를 감안해 거절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역시 THAAD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한·미·일이 공통적인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군사 전문가들은 THAAD 도입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다층 방어망을 구축할 필요는 있지만 THAAD 배치 비용이 상당히 비쌀 뿐 아니라 운용유지비용 역시 만만치 않고 주변국에 불필요한 자극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군은 THAAD를 도입한다면 한반도 동·서 2곳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THAAD는 탐지거리 2000㎞ 이상인 고성능 X-밴드 레이더인 AN/TPY-2와 요격고도 40~150㎞인 미사일(발사대 6기, 각 8발)로 구성된다. 1개 포대에 2조원 정도로, 약 4조원이 필요하지만 10만평 정도의 부지 가격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비용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국방예산이 늘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군이 이처럼 값비싼 장비 도입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KAMD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충분히 방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전작권 전환 시기 재연기와 관련해 미측에서 일고 있는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대가라는 설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미국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전작권 재연기 제의에 대해 미국 일부에서 한국이 ‘안보 무임승차’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쾌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불쾌감을 불식시키고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얻어내기 위해 대가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