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교난민 1호’ 이란 무슬림, 목회자 된다
입력 2013-10-15 18:14 수정 2013-10-15 20:59
국내에서 정규 신학교를 졸업한 최초의 무슬림 목사가 탄생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광장동 나섬공동체 나섬교회(유해근 목사)에서 이란팀 리더로 섬기고 있는 이호잣(47)전도사.
이 전도사는 오는 24일 오후 5시 서울 행당2동 무학교회(예장 통합 서울노회·김창근 목사)에서 목사 안수를 받는다. 이란 출신으로 국내 ‘종교난민 1호’이기도 한 그를 15일 오전 나섬교회 예배당에서 만났다.
“목사 안수를 받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능력 안에서 사역을 펼쳐 나간다면 무슨 일이라도 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겠습니다.”
그는 1993년 이 땅에 온 외국인노동자였다. 한동안 불법체류자로 숨어 살기도 버거운 인생이었다. 인쇄, 미싱, 합판 공장에서 일하던 중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배우러 나섬공동체를 찾았다.
한국교회를 찾으면서 복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이슬람과 기독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꾸란과 성경은 또 어떻게 다른가’. 물음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던 중 외국인근로자 신앙수련회에 참석하게 됐다. 언어와 문화 차이, 고된 업무 등으로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그는 수련회 기간 동안 한국인 성도들이 보여준 사랑에 감동받아 이란인 예배와 성경공부에 꾸준히 참석했다. 이후 복음 안에서 삶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를 지배하던 이슬람의 문화와 관습들에서 비롯된 관념이 서서히 무너져갔다. 그 바람은 ‘성령’이었다. 성경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회개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또 읽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한복음 3장 16절).
그는 세례를 받고 크리스천으로 거듭났다. 이후 ‘예수님을 알지 못하고 죽어가는 자신의 민족과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리라’ 결신하고 신학의 길을 걸었다. 서울장신대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2004년 12월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난민 자격을 얻어 한국인이 됐다. 나섬교회에서 봉사하던 신실한 한국인 여성을 만나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나섬교회는 이 전도사를 터키에 파송키로 하고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교회는 특히 이란과 인접한 터키에 살고 있는 100만 이란인들과 무슬림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십자가를 들고 복음을 전하는 게 제 사명입니다. 무슬림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우리는 목숨을 걸고 무슬림 선교사가 될 것입니다.” 이 전도사의 목소리에 힘이 솟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