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가동 한 달 ‘무늬만 정상화’

입력 2013-10-15 18:12 수정 2013-10-15 22:40

개성공단 재가동이 16일로 한 달째를 맞지만 남북이 합의했던 발전적 정상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가동 합의 당시 공단 내 해외투자 유치, 사실상의 경제특구 추진 등을 목표로 했으나 남북 간 신(新) 냉각국면이 지속되면서 단순한 공장 가동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발전적 정상화, 국제화는 먼 길=15일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총 123곳 중 118개 업체가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이 발전적 정상화를 위해 합의한 것 가운데 현재까지 실현된 것은 공동위 산하 사무처 설치뿐이다. 이달 말 열릴 예정이었던 개성공단 공동투자설명회는 완전히 무산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측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공동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의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1일 북측에 투자설명회 개최 불가 입장을 먼저 통보했다.

통행·통신·통관(3통), 출입·체류도 지난 4월 개성공단 파행 이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연내 도입에 합의한 전자출입체계(RFID) 문제와 인터넷, 휴대전화 개설은 전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남북은 3통과 출입·체류 등을 논의할 분과위 회의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기업들은 이날로 상환 기일이 마감된 남북경협보험금을 놓고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입주기업은 보험금 반납 시기를 경영 정상화 이후로 늦춰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북한 ‘통미봉남’ 재연인가=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연일 대남 비난 메시지를 쏟아내는 반면 미국의 관심을 촉구하는 제스처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공단 재가동 후 발전적 정상화가 사실상 멈춘 것은 북한이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다시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북한의 대남 비난은 오히려 급증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된 지난달 16일부터 한 달 동안 북한은 우리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담화·논평을 19차례나 냈다. 사흘에 두 번 꼴이다. 반면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실무회담이 진행되던 지난 7월 6일부터 재가동된 지난달 16일 이전까지 대남 비난은 5회에 불과했다.

정부는 북한이 전술적으로 개성공단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남북대화 등을 미국과 대화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며 “개성공단도 미국과 대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일단 재가동시킨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개성공단 재가동 이후 북한은 남한과의 접촉을 배제하는 대신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의 어머니를 초청해 모자 상봉을 허용하는 등 미국에 대해서는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북한은 북·미 회담과 6자회담 등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정을 보장받고 관계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속셈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