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논쟁장 된 교육부 국감… 굵직한 이슈 묻힌다

입력 2013-10-15 18:03 수정 2013-10-15 22:44


교육부 국정감사가 14일 시작됐지만 소모적인 역사 교과서 논쟁에 매몰돼 굵직한 교육 이슈들이 언급조차 되지 않은 채 ‘정치 공세의 장(場)’으로 변질됐다. 학부모·학생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고교 문·이과 통합안, 자유학기제, 대입제도 개편안, 고교 무상교육 등 주요 교육정책은 국감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채 실종됐다.

‘역사 국감’에 가려진 가장 큰 이슈는 이달 발표를 앞두고 있는 ‘문·이과 통합안’이다. 기존 문과와 이과 구분을 없애 융합형 인재를 기르자는 통합안은 수십년간 계속돼온 고교 체제는 물론 입시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이어서 학부모·학생들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그동안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어떤 방식으로 여론 수렴을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중학교 3학년 학부모 서모(46·여)씨는 “아이가 내년 고등학교에 입학해 문·이과 통합안이나 대입제도 개편 같은 현안에 궁금한 점이 많았다”며 “역사 교과서를 핑계로 이념 싸움만 하는 국회의원들 모습이 보기 안 좋았다”고 꼬집었다.

박근혜정부 교육공약의 핵심인 ‘자유학기제’ 역시 국감장에선 찬밥 신세였다. 자유학기제는 2016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력 저하와 사교육 수요 증가, 교사 업무 폭주 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애초 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질의할 예정이었으나 역사 교과서 논쟁에 휘말려 뒷전으로 밀려났다.

입시비리로 파문을 일으킨 영훈국제중 문제와 새 정부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의 착근 여부,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 무상교육 등의 이슈도 하루 종일 벌어진 역사 공방 속에서 의원들이 놓친 이슈다. 고교 1학년생 학부모 조모(50·여)씨는 “일반고 역량강화사업 때문에 자율형사립고 선발권을 없애는 등 교육 정책에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하나도 언급이 안 됐다”며 답답해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역사 문제만 갖고 여야가 난타전을 벌인다면 교육부 공무원들만 편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은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가 충실한 감사를 벌일지는 미지수다. 교문위는 15일과 17일 문화 분야 감사를 진행한 뒤 18일 교육부 소관 공공기관 감사를 재개한다. 그러나 18일은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사진흥재단 등이 포함돼 있어 ‘역사 국감’ 2라운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과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이배용)은 모두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수장을 맡고 있어 거센 공방이 예상된다. 18일 이후에는 교문위원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시·도교육청, 개별 대학, 대학병원 등을 감사한다.

31일로 예정된 ‘확인 국감’ 때는 교육부 본부와 함께 국사편찬위원회도 대상에 포함돼 있다. “햇볕정책은 친북정책”이라는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의 14일 국감 발언 때문에 이날도 여야 간 공방이 가열될 소지가 크다. 유 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에 정부가 추진한 친북·반미 정책이 뭐가 있는가”라는 민주당 우원식 의원 질의에 “햇볕정책은 친북정책이 아닙니까”라고 답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 “이런 시각을 가진 분이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지만, 서 장관은 “제가 판단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수현 황인호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