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공정위… 단속 기관이 되레 일감 몰아줘

입력 2013-10-15 17:57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단속을 밀어붙여 온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작 제 식구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5일 국정감사에서 공정위의 느슨한 공직기강을 집중 거론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공정위가 2009년부터 지난 10일까지 진행한 외부 위임 소송 348건 가운데 154건(44%)을 공정위 자문위원이나 강사로 활동한 변호사들에게 맡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154건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으며 상위 5개 법무법인(로펌)이 154건 가운데 85건(59%)을 수임했다. 공정위가 이들에게 지급한 수임료는 전체 43억4468만원 가운데 19억4162만원(45%)에 달했다.

공정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은 공정위 출신들이 몸담은 로펌에 몰렸다. 기업들이 공정위 출신 ‘올드보이’들의 전문성과 영향력을 내세워 소송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 8월까지 공정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330건 가운데 공정위의 4급 이상 퇴직자들이 재취업한 로펌 9곳이 207건(63%)을 수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직원들은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강연으로 짭짤한 ‘과외 수입’까지 올리고 있다.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은 공정위 직원들이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787건의 외부강의로 3억212만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주로 4급(177건)과 5급(196건) 실무자들이 강연을 담당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관련 지침을 개정해 회당 외부강의 한도시간을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축소했지만 강의 대가 상한액에 원고료와 여비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국감에서는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 의원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카가 운영하는 영보엔지니어링이 친족관계를 이용해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지만 삼성 계열사에서 제외돼 공정위의 감시망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보엔지니어링은 휴대전화 배터리팩 제조업체로 1998년 설립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카인 김상용씨가 대표이사다. 지난해 말 현재 김씨가 29.6%의 지분을, 이 회장의 누나인 이순희씨가 1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05년 위장계열사 자진신고와 함께 친족분리를 신청하면서 계열편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보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액은 3783억원으로 친족분리 직후인 2006년(1122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송 의원은 “영보엔지니어링의 매출 대부분이 삼성 휴대전화용 배터리와 헤드셋을 납품한 결과”라며 “설립 당시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회사가 급성장한 것은 친족관계를 이용해 삼성전자로부터 부당한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영보엔지니어링과 삼성전자의 연결매출 비중이 2011년 99%, 지난해 97%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