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선정수] 노동부가 위법 해소에 들이대는 이중잣대

입력 2013-10-16 05:36


지난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었다. 노동부는 전공노의 노조 설립 신고를 4차례 반려했고, 전교조에는 규약을 개정하지 않으면 오는 23일 ‘노조 아님’ 통보를 하겠다고 최후통첩한 상태다. 두 단체 모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이 현행법을 어기고 있으므로 시정해야 한다는 게 노동부의 입장이다. 법을 집행하는 것이 최대 임무인 정부로서는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노조 인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과정을 뜯어보면 왠지 석연치가 않다.

해직자의 조합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노동조합법이 국제기준에 부합되지 않을 뿐더러 노동부도 스스로 개정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방하남 노동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제기준에 근접한 방향으로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해직자의 노조원 자격을 인정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전교조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한 상태다. 두 노조의 합법적 지위를 박탈하거나 인정하지 않기 위해 쫓기듯 결정을 내릴 시점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통상임금 문제만 봐도 노동부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고려해 지침을 개정하겠다”며 느긋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방 장관은 지난 7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례가 바뀌었는데 정부가 지침을 바꾸지 않은 것은 게으름을 부린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노동계 안팎에선 정부가 전교조·전공노의 합법적 지위를 향후 노정관계의 협상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포석을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임금, 장시간근로 관행 개선, 고용률 70% 등 현안을 쌓아두고 대화보다는 대결을 선택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선정수 경제부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