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감사’ 이어 MB책임 제기… 정치공방 불지른 감사원

입력 2013-10-15 17:50 수정 2013-10-15 22:14

감사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처음으로 거론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차에 걸친 ‘오락가락 감사’ 논란에 이어 전직 대통령의 책임론 제기로 감사원이 또다시 정치 공방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정부가 국민들을 속이고 치밀하게 대운하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 의원들은 감사원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고 질타했다.

◇감사원, MB 책임론 제기 파문=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15일 자신이 언급한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은 법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도의적 책임이라고 해명했다.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지만 직간접적인 지시로 4대강 사업이 커져 대운하 사업 추진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4대강의 준설량은 2.2억㎥에서 5.7억㎥로 증가하고, 보 설치도 소형보 4개에서 중·대형보 16개로 늘었다. 김 총장은 이명박정부가 대운하를 추진한 증거로 준설과 보 설치를 재정사업으로 진행한 사실과 낙동강의 저수로 폭이 400∼500m로 배가 지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점을 적시했다. 또 낙동강 266㎞ 구간 중 193㎞는 수심이 6m, 73㎞는 4m이며 수심을 4∼6m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보를 설치했다는 점도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증거로 제시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4대강 사업은 예산 집행이 수반되기 때문에 통치행위가 아니다. 김 총장이 언급한 책임은 법적 책임으로 판단된다”며 “이제라도 고발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장 직무대행인 성용락 감사위원은 “우리가 감사대상으로 삼은 것은 통치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사업 포기가 거짓말로 확인된 만큼 즉각 고발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헌법상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감사원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동원’이라는 표현을 쓰고, 나중에 운하로 밝혀지더라도 면책을 약속했는데 그래도 되는 것이냐”고 따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감사원이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굳이 염두에 둔 것은 4대강 감사의 순수하지 못한 동기가 드러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이주영 의원은 “도대체 사무총장이 정신이 있느냐”고 호통을 쳤고, 김도읍 의원은 김 총장이 분명하게 해명하지 않으면 집중 감사를 벌이겠다고 압박했다.

◇환경부, 4대강 사업 수수방관 책임 공방=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환경부가 묵인하는 역할을 했다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당시 환경부 장관이었던 이만의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야당 의원들과 공방을 주고받았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이 전 장관에게 “감사원 감사결과 4대강은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이 당초 공약이었던 대운하와 연결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업 당시에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감사원의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 같은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은 녹조로 뒤덮인 강의 모습과 사람 없는 수변공원 등 사진을 보여주며 “생태계 파괴는 물론 국민들이 이용하지 않는 수변공원 등 천문학적 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수질이 나빠진 것은 4대강 때문이 아니라 주변 기후변화 등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고 맞섰다.

김재중 민태원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