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공로 이용해 유류비 줄었는데… 항공사, 요금은 해마다 올렸다

입력 2013-10-15 17:48 수정 2013-10-15 22:51

국적 항공사들이 미주 노선에서 북극항공로를 이용하면서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도 오히려 운임을 인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1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은 2006년부터 미주 노선에서 북극항공로를 이용해 올 상반기까지 300억원가량 유류비를 아꼈다. 2009년부터 북극항공로를 이용한 아시아나항공도 올 상반기까지 80억원을 절감했다.

북극항공로는 북위 78도 이상 지역에 설정된 항공로다. 미주 노선에서 국내로 올 때 북극항공로를 이용하면 30분 정도 비행시간을 줄일 수 있다. 대한항공은 11개 미주 노선 중 뉴욕, 워싱턴 등 5개 노선에서 이 항공로를 이용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2009년 말부터 뉴욕과 시카고 노선에서 이 항공로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사들은 해당 노선에서 운임을 인상해 왔다. 대한항공의 2006년 인천∼뉴욕 평균운임은 204만원이었으나 2009년 운임은 224만원으로 9.8% 올랐다. 2010년 운임도 236만원으로 전년 대비 5.3%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도 2008년 인천∼뉴욕 평균운임은 204만원이었지만 2009년 224만원, 2010년 236만원으로 인상했다. 항공사들은 이 기간에 인건비 등 다른 인상 요인도 있어 거기에 맞춰 요금을 올렸다는 입장이다.

한편 북극항공로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선 노출 위험과 관련해 승무원 보호 규정은 있지만 승객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국토부는 지난 6월 ‘승무원에 대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규정 제정안’을 고시해 피폭 방사선량이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될 때 승무원의 탑승 노선을 변경토록 했지만 승객 관련 규정은 없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