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독살’ 증거 발견… 스위스 연구진 “체액서 방사성 물질 폴로늄 210 검출”
입력 2013-10-15 17:43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 210에 의해 독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라파트는 2004년 11월 프랑스 파리의 군병원에서 75세의 나이로 사망했지만 부검도 이뤄지지 않아 그동안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스위스 로잔의 방사능 물리연구소 연구진은 14일(현지시간) “아라파트의 체액에서 설명할 수 없는 고준위 폴로늄 210이 검출됐다”면서 “아라파트가 폴로늄 210에 의해 독살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밝혔다고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다 2006년 의문의 죽음을 당한 전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사인도 폴로늄 210이었다.
연구진은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아라파트의 진료기록에 나타난 구토, 피로, 복통 등이 폴로늄 중독에 따른 것임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몸에 들어온 폴로늄 210의 일부는 배설물과 함께 몸 밖으로 나가지만 소화기 및 장기에 이상을 일으켜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라파트의 부인 수하 여사는 지난해 7월 알자지라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남편을 ‘평화의 장애물’로 간주하고 있었다”며 “아라파트 암살의 진실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라파트는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 2004년 10월 지병이 악화돼 파리 군병원으로 이송된 지 한 달도 안돼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당시 의사들은 직접적인 사인이 혈액응고 장애라고 밝혔지만 독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알자지라가 지난 7월 아라파트의 옷에서 폴로늄 210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보도하면서 독살설은 더욱 증폭됐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