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극적 홈런쇼에 MVP 투표 오락가락
입력 2013-10-15 17:42
“(MVP) 투표 다시 해야 합니다.”
9회말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두산이 또 한번의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을 달성하고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할 판이었다. 9회까지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순(MVP) 후보는 단연 두산의 이원석이나 ‘느림의 미학’ 투구를 펼친 투수 유희관(27)이었다.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원석은 0-0이던 4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넥센 나이트의 4구째 132㎞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원석이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친 것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유희관은 데뷔 이래 가장 화려한 투구를 가을 잔치에서 그려냈다. 유희관은 7회까지 1피안타(탈삼진 9개, 볼넷 1개)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유희관은 5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하며 준PO 사상 연속타자 최다탈삼진 타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넥센의 ‘거포’ 박병호가 그냥 넘어갈리 만무했다. 그동안의 부진을 한꺼번에 씻기라도 하려는 듯 방망이를 다잡은 박병호(27)는 끝내 3점 동점포를 터뜨렸다. 여기저기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분위기는 완전히 넥센으로 넘어갔다. 9회에 돌렸던 기자단 MVP 투표는 무효가 됐고 재투표 용지가 돌았다.
하지만 백전노장인 두산의 김진욱 감독이 ‘히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3-3으로 팽팽히 맞선 연장 13회 대타 최준석(30)을 기용한 것. 상대 투수는 좌완 강윤구였다. 좌타자 이종욱을 막기 위한 염경엽 감독의 회심의 카드였다. 여기에 두산은 ‘큰 곰’을 내보냈다. 만년 후보 신세를 면치 못했던 최준석은 기다렸다는 듯 통쾌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아치를 터뜨렸다. 박병호의 ‘장군’에 멋들어진 ‘멍군’을 외쳤다. 지난 3차전에서도 오재영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던 최준석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홈런 2방을 터뜨렸다.
MVP는 결국 최준석의 몫으로 돌아갔다. 최준석은 경기 후 욕심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고 했다. “야구는 원래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잖아요. 진정한 승자는 나중에 웃는 법이죠. 평생 야구하면서 잊지 못할 홈런이 될 것 같습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