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인식 바뀌어야 행정중심도시 가능하다
입력 2013-10-15 18:39
정홍원 총리는 세종시에 상주하며 일해야
세종특별자치시가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한 지 1년3개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행정중심복합도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활성화에 앞장서야 할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부처가 외려 세종시를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해 1단계로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이전했고 올해 말까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등이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나 세종시를 홀대하는 공직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세종시가 계륵 신세를 면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정홍원 총리는 취임 이후 9월 16일까지 49차례 회의를 주재했다. 그중 서울에서 연 회의는 44차례인데 비해 세종시 회의는 5차례에 그쳤다. 그나마 5차례 가운데 4차례는 영상회의였다. 정 총리는 세종시에 전입신고를 한 3월 5일부터 8월 31일까지 총 179일 가운데 141일(79%)을 서울 총리공관에서 숙박했다. 반면 세종 공관에서는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3일을 머물렀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자신이 주재한 43차례 회의 중 단 한 차례만 세종시에서 열고 나머지는 모두 서울에서 개최했다.
총리와 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부터 이러니 다른 부처는 물어보나마나다. 지난달 말 현재 이전이 완료된 7개 부처 장차관 18명 가운데 윤성규 환경부 장관 등 고작 4명만 전입신고를 마쳤을 뿐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세종시를 키우라”고 한 대통령의 영(令)이 무색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세종시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에 장관이 반드시 참석해 세종시가 활성화되고 자리잡는 데 앞장서라”고 지시했다. 이어 7월 9일 국무회의에서는 “국회 대정부질문 때 모두 국회로 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복도에 앉아 공무원들이 고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데 세종시에 가게 되면 이런 것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총리와 장차관은 툭하면 세종시를 비우기 일쑤고, 국회가 열리기라도 하면 정부세종청사는 유령 청사로 변한다. 이로 인한 국가적 낭비는 물론 행정 비효율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세종시가 탄생하게 된 당초 의도와 목적이 어떻든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하루 빨리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 선두에 총리가 서야 한다. 그리 자주 서울에 머물 생각이었다면 2만㎡ 부지에 178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어 세종시에 현대식 총리공관을 또 지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서울 총리공관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폐쇄하는 게 순리다. 총리가 솔선해 세종시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수록 세종시 정상화는 앞당겨진다. 국회의 협조도 절실하다. 회의가 열릴 때마다 무작정 공무원을 부를 게 아니라 의원들이 내려가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모든 면에서 그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런 까닭에 국회 세종분원 설치를 위한 여야 협상이 속도를 더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