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에 1년 넘도록 구금돼 있는 한국인

입력 2013-10-15 18:33

국가의 존재 이유는 자국민 보호에 있다. 국민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면 그들을 구해내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는 얘기다. 곤경에 처한 국민을 도외시하는 국가는 국가로서의 자격이 없다.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과 영사관의 핵심 임무 역시 국민 보호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예상치 못한 일로 어려운 형편에 놓일 경우 외교관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건 당연한 도리인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가 자국민 보호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시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김모씨가 지난해 10월 이란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돼 1심 재판에서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병석 의원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란 정부는 김씨가 경찰서와 대사관, 군부대, 국경표지판 등을 사진 촬영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김씨는 스파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김씨가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의 정부기관에서 일한 경력이 없고, 평소 사진촬영을 즐겼다는 점 등으로 미뤄 부당하게 체포당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요즘 세상에 경찰서와 대사관 등을 사진 촬영했다고 관광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에게 간첩 혐의를 씌워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외교부는 나름대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씨에 대해 영사 면담 7회, 변호사 접견 1회를 실시했으며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조속한 석방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방한한 이란 외교부 동아태국장에게도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를 요구했다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외교부의 대응은 미흡했다. 김씨가 구금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김씨는 감옥에서 자신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우리 정부를 원망하고 있을 듯하다. 이란 정부가 김씨를 체포한 뒤 75일이 지나서야 우리 외교부에 통보한 것도 문제다. 이란 정부와의 외교관계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박병석 의원 지적대로 이른 시일 내에 고위급 인사를 이란으로 보내 김씨 석방 교섭을 벌이는 게 옳다. 2008년 온두라스에서 스킨스쿠버 강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연수 중이던 한지수씨가 네덜란드 여성 사망 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을 때 긴급대응팀을 파견했던 점도 다시 검토할 만하다. 이를 통해 김씨가 풀려나는 날, 김씨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 외교부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