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의 줄기세포 전문가 육성에 거는 기대
입력 2013-10-15 18:29
서울대가 의과대학에 학제 간 융합 및 사회적 수요 충족 등을 목적으로 관련 학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동과정 줄기세포생물학 석·박사 과정을 신설키로 한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학문적 근거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줄기세포 치료를 지양하고 기초가 탄탄한 전문 연구인력 육성의 요람이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우리는 지나친 조급증과 상업화 바람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에서 급전직하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황우석 사태 파문이 워낙 컸기에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꿈같은 의술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던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을 좌절시켰다. 논문 조작 사건으로 과학계는 쑥대밭이 됐고, 윤리 논란과 함께 연구 열정이 급속히 식었다.
줄기세포는 차세대 성장 동력이자 재생의료의 핵심 기술이라 나라마다 연구 선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세계시장 규모도 해마다 비약적으로 늘어 2016년엔 66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실용화에 집착할 경우 제2의 황우석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번 서울대의 프로그램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롭게 연구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
서울대는 치대, 공대 등 6개 단과대학 출신 39명으로 교수진을 꾸리고 커리큘럼은 세포생물학을 중심으로 실험실 연구와 임상을 잇는 중개연구 위주로 구성한다. 학문 간 융합 및 협동 연구를 통해 수준을 최대한 높여 줄기세포 연구의 제2의 전성시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과거처럼 대외 홍보용 연구보다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연구에 몰두해 더디지만 확실한 결과물을 내길 기대한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일본과 미국이 성과를 내 노벨상을 타는 등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결코 움추릴 필요는 없다.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연구 성과가 여전히 존재하는데다 우리의 잠재능력이 그들에게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식이 집중되는 이 분야 연구를 창조경제의 원동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