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삼성 타도를 외치는 중국 기업들
입력 2013-10-15 17:38
“중관춘(中關村)이 2020년까지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 과학기술 혁신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0일 ‘중국판 실리콘 밸리’ 베이징 중관춘에서 이곳 관리위원회 주임의 현황 보고를 듣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 핵심 권력집단인 정치국 위원 25명은 이날 집단학습을 위해 중관춘을 찾았다. 이들은 먼저 3D(3차원) 인쇄, 차세대 정보기술, 에너지 절감 등 첨단 분야 전시관을 둘러봤다.
세계 최대 PC제조업체 레노보(중국명 롄샹·聯想)의 창립자 류촨즈(柳傳志) 회장,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 회장, ‘중국의 애플’을 자처하는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회장 등 중국 정보통신(IT)업계 3인방으로부터 산업혁신방안에 대한 열정적인 강의도 들었다.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은 뭔가?” “중국 IT기업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은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삼성전자의 성공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경영 방식에 있어서 전통적 한국식과 일본식을 녹여 ‘삼성식’을 만들어 낸 것이라든지 향후 10년 내에 삼성의 주력 사업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경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의 발전이 최대의 도전이라고 털어놓았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교수, 연구원,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져 이를 정리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사실 중국 IT기업들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다. 2005년 미국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뒤 글로벌 PC시장을 평정한 레노보는 스마트폰에서도 2년 안에 삼성전자를 타도하겠다고 호언하는 상황이다. 주로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물량 공세를 폈지만 이제 고가품 시장에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는 스마트폰 분야 기술력에서 중국 기업 중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레노보보다는 화웨이가 삼성에 더 위협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레노보와 화웨이는 올 들어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량 2, 3위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샤오미도 신생 회사이지만 만만치 않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싼 14만원대 스마트폰 훙미(紅米)를 내놓아 2분 만에 10만대 판매라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분기에는 중국에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량 5위에 올랐다.
전 세계와 중국에서 스마트폰 분야 1위인 삼성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파죽지세인 중국 기업들에게도 약점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창의성이 낮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에서 학문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대학에서는 당 조직이 연구 방향 등을 통제한다. 대학 시절 100%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니 구성원들이 다양한 경험이 부족한데다 사고의 폭이 좁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종업원들은 스스로 찾아서 일을 하는 걸 보기 힘들다. 이들의 이직률도 높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과보호 과정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 기업들에겐 최대의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활한 국내 시장을 갖고 있다든지 대규모 투자를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등 그들만의 강점도 적지 않다. 삼성이 중국 기업들의 파상 공격을 어떻게 뛰어 넘느냐? 결국 창의성이 말해 줄 뿐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