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회심… 작품엔 간증이 넘쳐났다”
입력 2013-10-15 18:28 수정 2013-10-15 21:04
C. S. 루이스/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홍종락 옮김/복있는사람
‘별난 천재, 마지못해 나선 예언자’를 부제로 하는 이 책은 C S 루이스(1898. 11. 29∼1963. 11. 22) 서거 50주년을 기념해 나왔다. 사실 ‘그에 관한 책이 또 필요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추천사를 쓴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의 말처럼 알리스터 맥그래스가 이 책을 썼다 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21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신학자로 꼽히는 저자와 20세기 위대한 작가인 루이스가 만났다는 것만으로 이 책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무신론자에서 유신론자로, 마침내 가장 뛰어난 기독교 변증가가 된 이 별난 천재의 이야기는 54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퍼져 있지만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무어 부인과의 관계 등을 언급하며 아버지를 속일 수밖에 없었던 루이스를 ‘거짓말쟁이 아들’ ‘문제아 아들’로 그려낸 장면이나 불투명한 미래, 어려운 처지를 고민하는 이 천재의 이야기를 접할 땐 그가 참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책에서 눈여겨볼 점은 그동안 알려진 것과 달리 루이스의 회심 일자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저자가 제시했다는 것이다(187쪽). 저자는 이 전기를 준비하며 루이스의 모든 출간 저작물을 집필 순서에 따라 꼼꼼하게 읽어나갔고 그의 서신 및 공문서도 철저하게 살폈다. 그 결과 그의 글 어디에도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1929년 4월 28일∼6월 22일’에는 극적인 변화의 조짐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30년에는 사정이 달랐다. 30년 2월 3일 친구 오언 바필드에게 보낸 짧은 편지를 봐도 “내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네. ‘영(靈)’ 또는 ‘진짜 나’가 훨씬 더 인격적인 존재가 되는 불길한 조짐이 보이고, 공세를 취하면서 하나님처럼 행동하고 있어”라고 적었다(195쪽). 같은 해 10월 29일 그의 절친 아서 그리브즈에게 쓴 편지에서도 회심 이후 모들린 칼리지의 채플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루이스가 기독교로 회심한 과정의 다섯 가지 주요 사건 연대표를 새롭게 제안했다(193쪽).
솔직히 그의 회심 날짜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역자는 밝힌다. “루이스보다 조금 앞서 성공회 신자로 회심했던 T S 엘리엇은 회심 전후로 작품에서 별다른 차이를 볼 수 없는데 반해 루이스의 경우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회심의 간증은 넘쳐나는데 회심의 결과물, 달라진 삶과 그 삶이 내놓은 열매들도 거기에 있는가. 이것을 다시 한번 물어볼 계기를 마련해 준다.”(492쪽)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루이스의 로맨스다. 뉴욕 출신의 조이 데이빗먼은 바람둥이 남편과 이혼하고 두 아들을 데리고 영국으로 건너온다. 그곳에 터를 잡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루이스의 역할이 컸다. 루이스와 민법상, 즉 ‘계약결혼’을 한 것. 이와 관련, 저자는 “루이스는 결혼을 데이빗먼이 영국에서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게 보장해주는 형식적인 법적 절차 정도로 여겼고, 종교적으로나 관계적으로 깊은 의미는 없다”(424쪽)고 했다.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비로소 그녀의 실체가 드러난다. 결혼 후 루이스의 수입과 재산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킬른스 저택에 대한 욕심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둘 사이가 계약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루이스는 아내 데이빗먼을 사랑했다. 아내가 45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저자도 “그는 병간호를 하며 사랑하게 된 아내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문학적 격려와 영감의 원천이던 뮤즈도 함께 잃었다”(438쪽)고 썼다. 아내와 사별 후 그는 ‘헤아려본 슬픔’을 내놓기도 했다.
루이스 하면 ‘나니아 연대기’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이자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나니아 시리즈는 지금도 많은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저자는 나니아 연대기에 대한 분석과 소개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루이스를 아는 이들이라면 책 속에 담긴 생생한 사진, 연보만 보아도 별난 천재의 매력적인 초상화를 보는 듯한 기쁨을 누릴 것 같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