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기고] 벽돌 만들고 구걸하고… 노동의 도구가 된 아이들
입력 2013-10-15 17:02
아프리카 차드. 월드비전 직원으로서 일한 지 5년차인 내게도 너무나 낯선 나라. 한국 월드비전에서도 아직 구호사업밖에 진행하지 않고 있는 열악한 나라 차드에 다녀왔다.
“너무 뜨거워….” 약 30시간 만에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 공항에 도착해 일행으로부터 나온 공통된 말이다. 낮 최고 섭씨 45∼46도까지 올라가는 날씨는 더운 것이 아니라 뜨겁다는 표현이 맞았다. 한국처럼 밖에서 돌아다녔다가는 바로 탈진증세가 나타난다.
유독 일하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차드. 벽돌 만드는 아이들, 장작을 머리에 이고 시장에 가는 아이들, 시장 주변에서 구걸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이렇게 일을 했다. 반면 주변에서 어른들은 찾기 어려웠다. 우리가 머물렀던 쿰라지역개발사업장(ADP) 주변 마을 어른들은 아이들을 ‘노동의 도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본인들도 자라왔기 때문에 당연시했고, 일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최악의 경우에 필요한 식량이나 물건과 교환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현지에서 만난 4남매 가족. 잉게이, 도부, 자넷, 벤자민. 알면 알수록 가슴 아픈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던 이 아이들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새벽부터 숲에 장작을 베러 가고 있었다. 장애가 있는 손과 발로 자기보다 무거운 장작을 이고 수십 ㎞를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잉게이, 도부(둘째)! 이제 걱정하지 마. 우리가 돌아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줄게!”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한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아이들에게는 노동과 굶주림이 너무 당연했고 남의 도움, 희망이라는 말은 생각할 수도 없는 사치의 말들이었다. 우리가 이 아이들에게 그 단어의 의미를 꼭 전해주고 싶었다.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에도 밝은 미소를 보여주던 아이들. 우리는 우리의 말을 기억하라고 하며 아이들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었다.
방문기간 동안 아주 협조적이고 헌신적이었던 차드 월드비전 직원들. 자기의 유익이 아니라 남의 유익을 생각하며 사는 그들의 마음과 행동들이 우리를 감동시켰다. 이런 직원들이 아프리카 곳곳에서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과 자부심이 생겼다.
후원자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움직일 수 있는 한국 월드비전이 되고 더 나아가 차드에서도 지역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그날을 꿈꿔본다.
이창윤 <월드비전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