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8) 차드 오지 마을 찾은 임석순 목사의 눈물

입력 2013-10-15 17:01


목발 짚고 무거운 나뭇짐 이고 시장에 내다팔아 300∼500원 벌어 4남매 생활

“아프리카 중남부에 위치한 나라 차드(Chad)를 방문한 것은 제 목회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더욱 긴장하고 정신 차려 목회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선물로 주었지요. 물론 섭씨 40도가 넘는 현지 무더위에 고생도 했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던 특별한 일정이었습니다.”

지난 5월, 한국중앙교회 임석순(56) 담임목사는 아프리카 차드 오지마을을 다녀왔다. 월드비전이 그곳에 펼치고 있는 지역개발사업장(ADP)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늘상 아프리카 기아 상황을 매스컴을 통해 접했던 터라 이곳도 그중 한 곳이려니 했지만 가난의 현장을 직접 본 임 목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차드 쿰라 지역의 가난한 4남매가 사는 집을 방문했어요. 새벽 일찍부터 나무를 꺾어 팔아 생계를 이어갔어요. 잉게이(16) 도부(13) 자넷(8) 벤자민(7) 4남매 아버지는 에이즈로 사망했고, 어머니마저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로 외부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어요.”

아이들의 몸도 정상이 아니었다. 잉게이는 어렸을 때 간질 발작으로 불 위에 넘어져 손가락이 전부 녹아버렸다. 손가락 없이 일하다 보니 가시가 박혀 살이 곪아 썩고 있었다.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없는 도부는 병원 한 번 가보지 못하고 목발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이 몸으로 10㎏이 넘는 나뭇짐을 머리에 이고 시장에 나가 팔곤 했다.

이렇게 하루를 꼬박 일해서 버는 돈은 고작 300∼500원. 4남매가 한 끼를 때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만 이마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현실이었다. 시장에서 나무가 팔리지 않는 일도 많아 굶는 날이 먹는 날보다 많다고 했다.

“자기 몸보다 훨씬 큰 나뭇짐을 이고 터벅터벅 먼지를 일으키며 걸어가는 남매들을 처음 본 순간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오며 우리가 저 애들을 외면하면 나중에 하나님 앞에 가서 뭐라고 말할까란 생각이 들었지요. 눈물이 저절로 흐르더군요.”

임 목사는 둘째 도부에게 수제 목발 대신 새 목발을 맞춰주고 계속 돕는 후원자가 되기로 했다. 기뻐하던 도부의 표정을 떠올리면 한국에서도 흐뭇한 미소가 나온다. 임 목사는 한국에 돌아온 뒤 한국중앙교회 1∼7부 모든 주일예배에서 월드비전을 통해 아동 결연을 할 수 있도록 직접 광고하기도 했다.

“우리가 좀 절약하면 보통 2000∼3000명이 살아가는 차드의 한 마을 전체를 살릴 수 있어요. 가장 큰 문제인 식수를 해결할 수 있는 우물을 하나 파주고 학교와 교회를 세운 뒤 어린이들과 결연하면 마을 전체가 달라진답니다.”

임 목사가 ‘가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한국중앙교회 창립 배경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 교회는 1962년 당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는 서울 금호동에서 최복규 원로목사에 의해 설립돼 중곡동으로 이전, 꾸준히 성장해오기까지 늘 소외되고 가난한 성도들을 위한 ‘회복의 목회’를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서 교회를 개척해 목회했던 임 목사는 이 교회에 청빙받아 10년째 목회를 하고 있다.

한국중앙교회는 지역에서 손꼽히는 대형교회지만 겸손과 절제 속에 선교 중심의 목회, 예배 중심의 목회를 지향한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대외적인 지출을 모두 줄이고 교회의 본질에 충실한 사역을 펼친다. 현재 이 교회가 국내외 선교사 가정 및 단체를 돕는 곳은 무려 189곳에 이른다. 지역 독거노인 등 인근 주민들을 보살피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교회는 순수한 복음이 핵심이 돼야 합니다. 말씀과 기도에 집중해야 해요. 여기에서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고 나눔을 실천해야죠. 거창한 비전이나 계획보다는 복음의 본질을 지켜나가자는 것이 제 목회철학입니다.”

이제 한국교회가 통일을 준비하고 다음 세대를 일으키는 일에 투자했으면 좋겠다는 임 목사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차드의 4남매를 생각한다고 했다. 그 엄청난 무더위 속에서 무거운 나무를 머리에 인 채 목발을 짚고 걸어가던 도부를 기억하면 어떤 불평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최대의 표현은 결국 그들이 필요한 것을 주는 나눔이에요. 내가 조금 절약하고 한 아이를 결연하면 한 생명을 살립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예수님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우리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임 목사는 “한국 월드비전이 47개국 288개 사업장,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주황색 로고를 펄럭이며 달려가고 있는 것이 감사하다”며 “목회자는 물론 성도들도 기아에 허덕이는 현장을 꼭 한번 가봤으면 한다”고 권했다.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