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나들 (1) 간경화 10년 투병 딛고 다시 가수로 세우신 주님

입력 2013-10-15 17:35


‘니가 좋아 너무 좋아 모든 걸 주고 싶어∼’ ‘그댄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90년대 ‘좋아 좋아’ ‘인형의 꿈’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듀오 ‘일기예보’를 기억하시는지.

그 일기예보의 한 멤버 나들이다. 당시 일기예보는 정말 잘 나갔다. 그런데 내가 아팠다. 더는 음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결국 일기예보를 해체했다. 다른 멤버 강현민은 다른 남성 듀오 ‘러브홀릭스’로 활동을 이어갔다. 나는 긴 투병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병명은 간경화. 10여년 동안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간은 한번 나빠지면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간경화는 시한부 삶을 의미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님을 믿게 됐다.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했다.

사촌 동생의 간을 이식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지금은 수술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제2의 음악인생을 살고 있다.

최근에는 연예 엔터테인먼트를 시작했다. 사촌 동생의 희생으로 생명을 연장, 덤으로 사는 자로서 삶의 소중함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다. 힘겨운 투병 과정을 거쳐 새로운 희망 앞에 선 내 삶을 통해 많은 사람이 위로받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 내 음악을 통해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싶다.

전도와 구제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주님께서 연예인이라는 점을 활용해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돌고 돌아 다시 시작한 음악 활동이다. 처음에는 시작만 하면 대중들이 곧 기억하고 쉽게 일어설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10년이란 세월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직접 음반을 들고 이 방송국 저 방송국으로 뛰어다녔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이제는 잊힌 가수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알고 처음엔 절망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러다 지난해 한 가게 주인을 위로하기 위해 노래한 것이 계기가 돼 골목 상권의 사장님들을 위로하는 공연 ‘골목콘서트’를 하게 됐다.

골목콘서트는 영세한 가게를 홍보하고자 가게 안에서 노래하는 공연이다. 어떤 이들은 그래도 유명 가수였는데 왜 그런 곳에서 공연하냐고 핀잔을 줬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보고 감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얼굴을 보면 멈출 수가 없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자 하나님께서 나를 조금씩 높여주시는 것 같다. 신문사, 방송 등 각종 매체가 골목콘서트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언론사를 그렇게 많이 들락날락거렸어도 반응하지 않던 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골목콘서트가 언론에 소개되자 전국에서 공연 요청이 왔다. 이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많은 이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연예 엔터테인먼트 동역자를 만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두 번째 솔로 앨범 ‘퍼니 러브’를 내고 본격적인 음악 활동에 나섰다. 예전처럼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가수가 되고자 한다.

이전에는 하나님을 몰랐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나의 유익을 위해서만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사랑을 더 많은 사람의 유익을 위해 사용하고자 한다. 지난 15년 동안 정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에는 고통이었지만 돌이켜 보니 은혜였다. 그 은혜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나들 약력=1968년 광주광역시 출생. 백석대학원 목회학 석사. 1993년 1집 ‘일기예보’로 데뷔. 인기곡 ‘좋아좋아’ ‘인형의 꿈’. 2010년 첫 솔로 앨범 ‘날아 올라’, 2011년 디지털 싱글 ‘일곱시 반 그녀’ ‘색다른 걸’ 발매. 최근 두 번째 솔로 앨범 ‘퍼니 러브’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