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요격확률 향상… 실제론 美MD 편입요구 작용한 듯

입력 2013-10-15 01:49

국방부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기존의 저고도에 이어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구축을 검토하게 된 것은 외형상 저고도 방어체계만으론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론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을 꾸준히 요구해 온 미국의 요구를 도외시할 수 없는 사정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 재연기와 지난해 체결된 한·미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도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THAAD 구축 검토 자체만으로도 ‘MD 편입은 절대 없다’던 기존 정부의 입장을 사실상 바꾼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THAAD를 포함한 다층방어체계는 우리로서도 필요한 사안이었다. 현재 우리 군이 구축하고 있는 저고도 하층방어체계 중심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방어영역이 제한되고 요격 확률이 낮아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KAMD는 북한이 발사한 KN-02나 스커드·노동 미사일이 고도 40㎞ 이하로 내려오면 패트리엇 미사일로 파괴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미사일의 낙하 속도가 빨라 파괴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요격도 어렵고, 1차 요격 실패 시 다시 요격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또 우리나라 상공에서 파괴돼 미사일의 잔해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탄도 미사일이 발사 후 중간단계인 고도 40㎞ 이상이 되면 속도가 느려지고 비행궤도도 일정해져 탐지 추적이 쉽고 요격 확률도 저고도 방어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 1차 실패 시에는 재요격이 가능하고 적 상공에서 파괴돼 우리 측 피해도 적어진다. 군이 THAAD와 탄도탄 요격용 미사일(SM-3) 체계를 검토 대상으로 올린 이유다. 군 관계자는 14일 “저고도 방어체계와 함께 이 체계를 활용할 경우 다층방어의 효과로 요격 확률이 높아진다”며 “미사일 방어능력이 상당히 향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두 체계가 MD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점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MD의 핵심적인 부분이 도입되면 결국 자연스럽게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우리 정부로서는 THAAD를 도입하더라도 곧바로 MD 편입 선언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이런 입장을 반영하듯 국방부 관계자는 “THAAD를 포함한 다층방어체계를 구축하더라도 MD체계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