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美 파마·핸슨·실러 교수 공동수상… 증시·주택 등 자산 가격 경험적 연구, 시장예측 기여

입력 2013-10-14 22:28 수정 2013-10-15 01:44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증시·주택가격 등 자산가격 결정 이론에 공헌한 미국인 경제학자 3명이 선정됐다. 이번에도 경제학상을 미국인이 수상, 경제학 분야에서 미국의 독주를 재확인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대의 유진 파마(74)·라스 피터 핸슨(61) 교수,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67) 교수 등 3명을 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세 사람은 증시·주택가격·통계방법론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시장을 예측하는 방법론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벨위원회도 “며칠 또는 몇 주간 주식과 채권 가격의 등락을 단기 예측하긴 어렵지만, 예컨대 3년이나 5년간 장기적 가격을 예견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이처럼 놀랍고도 모순적인 연구 성과가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실러 교수는 수상자 중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2000년대 ‘닷컴 버블’과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를 예측해 유명세를 탔으며,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을 경고한 책 ‘비이성적 과열’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실러 교수는 미국 부동산시장의 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핵심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를 개발했으며, 미 코네티컷대학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00명’에 뽑힌 적도 있다.

수차례 노벨 경제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파마 교수는 주가와 관련한 ‘효율시장 이론’의 창시자다. 주식시장은 효율적이고 주가에는 이미 모든 정보가 반영돼 있는 만큼 주가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게 이 이론의 핵심이다. 파마 교수의 이론이 제시되자 금융시장에서는 엄청난 논쟁이 벌어졌고 능동적인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하기도 했다. ‘인덱스펀드’와 같은 수동적인 금융 상품이 유행하게 된 것도 파머 교수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계량경제학자인 핸슨은 경제통계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일반적률추정법(GMM)이라는 통계방식을 개발했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경제학계에서 부쩍 위상이 높아진 통계학적 검증 등 계량경제학의 대가로 꼽히고 있다. 파마 교수가 주식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면, 핸슨 교수는 자산가격이나 경제변수의 중장기적인 추정치를 추론하는 길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인 교수 3인이 올해 경제학상을 거머쥐면서 역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인 수는 51명으로 늘었다. 1969년 첫 수상자 이후 전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71명 가운데 72%가 미국인에게 돌아간 것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