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영화보급 독일인 임인덕 신부 별세

입력 2013-10-14 19:00

한국에서 40여년을 살면서 출판·영화 보급 등을 통해 선교 활동을 벌인 독일인 임인덕(독일명 하인리히 세바스티안 로틀러) 신부가 별세했다. 14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따르면 임 신부는 전날 새벽(한국시간)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서 지병으로 선종했다. 향년 78세.

뉘른베르크 출신인 그는 1955년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 입회한 뒤 65년 사제서품을 받고 이듬해 한국 왜관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됐다. 성주성당과 점촌성당 주임신부를 거쳐 72년부터 왜관수도원의 분도출판사 사장에 부임해 20여년간 운영을 맡아왔다. 헬더 카마라 대주교의 ‘정의에 목마른 소리’(1973), 구스타보 구티에레즈의 ‘해방신학’(1977) 등을 출간하며 정권의 미움을 사기도 했으며 한국 사회의 현실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민주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사렛 예수’ ‘찰리 채플린’ 등 16㎜ 필름을 한국어로 더빙해 대학가와 전국 본당의 노동자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영사기를 돌리는 등 영화를 비롯한 시청각 이미지도 사목활동에 많이 활용했다. ‘십계’ ‘거울’ ‘잠입자’ ‘침묵’ 등 총 60여종의 비디오물도 번역해 보급했다.

82년 빈민층의 모습을 담은 사진작가 최민식 사진집을 펴내자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전화를 걸어 와 “너무 어둡게 나왔다. 많이 잘라내든 불태우든 해야겠다”고 했을 때 임 신부가 “그렇죠? 좀 어둡게 나왔습니다. 안 그래도 다시 인쇄를 할 참이었습니다”라고 응수한 일화는 유명하다.

8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한 골반 파열로 네 차례 큰 수술을 받으면서도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활동을 계속했다.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몽실언니’, 김지하의 ‘검은 산 하얀 방’ ‘밥’, 이해인 수녀의 시집도 출간했다. 임 신부는 건강이 악화되자 2년 전 독일로 돌아가 치료를 받아왔다. 왜관수도원은 14일 오전 장례미사를 가진 데 이어 오는 31일 오전 임 신부의 지인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연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